1990년대 대전 서구 둔산시대의 화려한 개막과 동시에 원도심은 쇠퇴의 길로 접어든 게 사실이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원도심 주민들은 공동화로 인한 인구유출, 공공기관 부재, 지역상권 붕괴, 금융·쇼핑 등 생활편의시설의 신도시 집중화 등 지역 간 불균형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 와중에 그나마 원도심의 가장 중추적인 행정·경제적 역할을 담당했던 충남도청과 충남지방경찰청, 충남도교육청 등 충남의 주요 기관들이 내년 홍성·예산의 내포신도시로 이전키로 하면서 이 일대 주민·상인들은 거의 패닉상태에 빠졌다.


△충남도청 이전 부지 활용 방안 책상 속 서류상으로만 진행 = 충남도청의 이전은 대전시청 이전과 비슷한 규모의 원도심 공동화 현상이 우려된다. 시는 이에 따라 충남도청 이전에 맞춰 이 부지에 (가칭)한국문화예술창작 복합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관련 중앙부처 및 기관들과 협의 중이다.

계획안을 보면 충남도청 부지를 창작지원지구로 지정해 박물관, 연합교육대학 등 교육·연구·창작활동 공간으로 활용하고, 충남경찰청 부지는 국제예술(디자인) 대학을 설립하는 한편 민간자본을 유치해 호텔과 멀티플렉스, 문화예술컨벤션센터로 만든다는 밑그림도 제시했다.

그러나 시의 장밋빛 청사진과는 달리 도청 및 지방경찰청 부지의 무상 양여와 함께 문화예술창작 단지 조성을 위한 국비 지원 등 사업추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비용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충남도교육청 부지의 활용 방안은 아직까지 전혀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근현대사박물관' 건립 계획은 아예 흔적조차 사라졌지만 이에 대해 나서는 정치세력이나 지자체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정부를 상대로 도청 및 충남경찰청 부지의 무상 양여와 국비 지원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명목상 건의와 서류상 계획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대전지역 각 기관들 제 밥그릇 챙기기 바빠 = 충남도청과 충남경찰청, 도교육청 등 충남의 주요 기관들이 내년에 이전하게 되면 원도심의 공동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되지만 이 충격을 완화하거나 제어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관은 전무한 게 현실이다.

충남도와 충남경찰청 등 매각 주관기관들과 정부, 대전시, 대전 중구청 등 관련 기관들의 입장은 현재 모두 제각각이다.

우선 대전시는 충남도청 부지와 충남경찰청 부지를 정부가 무상 양여해주고, 추가적으로 문화예술창작단지의 조성비용 중 일부를 국비지원해 줄 것을 건의한 상태다.

반면 경찰 측 입장은 현재 충남도청 인근에 위치한 대전 중부경찰서의 이전을 조심스럽게 추진하고 있다.

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민원인 주차공간도 없고, 현 청사가 비좁아 이전이 불가피하다”며 “현재 중부서를 이전하려고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어 “충남청 이전이 가시화되면 그때 요청할 것이며, 현재 실무자끼리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전했다.

경찰청 본청도 “대전시가 요구하는 공원조성이나 박물관 활용 등은 사실상 본래 용도에 맞지 않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할 수 없다”며 시 건의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여기에 충남도교육청 부지는 아예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

도교육청 관계자는 “연수원 및 학생 도서관으로 활용되면 좋겠지만 충남지역 학생들이 대전까지 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매각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토로했다.

대전 중구도 충남도청 이전 부지와 관련 또 다른 활용방안을 제시했다.

중구 관계자는 “청사부지가 상업용지로 돼 있어 중구청이 도청으로 이전하고, 현 청사는 다시 민간 사업자에게 매각해 대규모 상업시설로 개발할 경우 인구유입 및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중구청의 이전 및 매각은 누구에게도 득 될 것이 없다”며 “결론적으로 국비지원 및 무상양여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했지만 정부의 소극적인 행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 제시는 생략돼 결국 시의 계획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역의 관련 전문가들은 “원도심에 먹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 등이 들어와야 하며, 이를 위해 신도심으로 나갔던 대학 등 교육·문화시설을 다시 끌어들여야 하고, 민자 유치를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