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실리콘 기반 전하포획방식 플래쉬 메모리 소자에 그래핀 전극이 도입된 모식도. KAIST 제공

꿈의 나노물질 그래핀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연필심(흑연)의 표면 물질이다.

그래핀은 흑연 한 층을 이루는 막의 두께가 0.2nm(나노미터)로 박리된 상태에서도 물리·화학적 안정도가 매우 높다.

그래핀은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도도가 좋으면서도 반도체 소재인 단결정 실리콘보다 전자를 100배나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는 데다, 강도는 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고, 열전도성은 다이아몬드의 2배 이상이다.

게다가 탄성이 좋아서 늘리거나 구부려도 전기적 성질을 잃지 않는다.

최근 국내 연구진들이 이 그래핀을 이용한 연구성과를 속속 내놓으면서 미래 과학기술의 실현을 앞당기고 있다.

   
▲ '그래핀 기반 플라즈몬 광도파로 및 광회로' 개념도. ETRI 제공
◆그래핀으로 20년 앞당긴 미래

그래핀의 우수한 전기적 특성을 활용해 초고속 반도체나 신개념 로직 반도체 등을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대부분 20년 후에나 상용화될 수 있는 기초연구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KAIST 조병진 교수팀은 기존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 소자(전계효과 트랜지스터)에서 금속 게이트 전극을 그래핀 전극으로 대체하면, 미래의 반도체 시장에서 요구하는 성능과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성과는 그래핀이 먼 미래의 반도체 소자가 아닌 현재 양산 중인 반도체 소자에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소재인 점을 증명한 세계 첫 사례로, 기존 반도체 제조 공정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양산이 가능한 기술이다.

또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은 성균관대 이효영 교수팀은 용액공정이 가능한 환원산화그래핀의 얇은 막을 활용해 ‘비휘발성 분자 메모리 소자’를 개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환원산화그래핀 층은 화학적으로 안정하며 투명하고 전기전도성도 높기 때문에 광센서나 바이오센서 등 다양한 기능성 분자 소자를 손쉽게 제작할 수 있다.

울산과기대 박장웅 교수팀은 기존의 딱딱한 반도체칩과 달리 그래핀을 사용해 전자회로 전체를 한 번에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합성된 전자회로는 원자층 두께 정도의 그래핀 계열 재료로만 구성돼 자유자재로 구부릴 수 있고, 투명할 뿐만 아니라 물 위나 곤충 표면, 동전 등 다양한 곳에 붙일 수 있어 다양한 센서로도 쓰일 수 있다.

◆확대되는 그래핀 적용분야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그래핀소자창의연구실 김진태 박사와 KAIST 전자공학과 최성율 교수의 공동연구팀은 그래핀 기반의 플라즈몬 광도파(metal strip optical waveguide) 소자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그래핀을 통한 광통신 성능을 확인함으로써, 그래핀 광도파로를 기존의 반도체 소자와 결합해 광통신 및 전기통신이 동시에 가능한 차세대 광 반도체 융합 신소자 개발 가능성을 개척했다.

그래핀 광도파로 기술은 기존에 이론적으로만 연구되고 있는 그래핀을 통한 광도파 특성을 실험적으로 최초로 증명한 것이다. 반도체 특성을 갖는 그래핀의 전도도는 화학적 도핑(doping), 전기장, 자기장 그리고 게이트 바이어스(bias) 전압 조절 등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기존 금속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는 신개념의 광전자소자를 개발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제조되고 있는 그래핀은 다결정성을 지니고 있어, 단결정일 때보다 상당히 낮은 전기적·기계적 특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우수한 특성을 갖는 그래핀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그래핀 결정면의 영역(도메인)과 경계를 쉽고 빠르게 관찰하는 것이 향후 그래핀의 물성을 크게 향상하고 상업화를 위한 핵심기술이다.

이런 가운데 KAIST 정희태 교수팀은 LCD에 사용되는 액정의 광학적 특성을 이용, 그래핀 단결정의 크기와 모양을 대면적에 걸쳐 쉽고 빠르게 시각화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그래핀을 쉽게 대면적에서 관찰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해 그래핀 상용화, 특히 그래핀을 이용한 투명전극,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태양전지와 같은 전자소자 응용연구에도 한 걸음 다가섰다.

게다가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가 보유한 세계 최고의 액정배향제어기술을 토대로 방법을 제시한 것이어서 그 의의도 남다르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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