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씨는 이번 시집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자연에서 들리는 날 것의 숨소리'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체험보다는 영감을, 깊은 은유와 상징보다는 날 것과 성찰을 보여준다.
‘그대/ 떨어지는 꽃잎을/ 기억하지 마라/ 꽃 진 자리마다/ 열매 영글어 갈지니/ 그리움은/ 저 꽃잎 같은 것/ 시린 밤하늘/ 보름달 떠오르면/ 아스름 잦아드는 너…’
-봄바람 중에서 중략-
삶의 원초성에서 사랑과 삶의 진실을 담은 이번 시집은 간결한 어휘구사, 투명한 이미지 조형력 등을 특장으로 보여준다.
비교적 단순한 어법속에 현실을 정직하게 응시하고 있는 심 씨의 시속에서는 ‘사랑’이라는 말의 통속성을 높은 차원에서 극복하고 있는, 시정신의 기품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저자 심 씨는 시를 통하여 잃어가고 있는 인간성을 회복하고 고갈되고 있는 사랑을 되찾아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에 평화의 꽃을 피게 해야 한다고 일깨운다.
문학평론가 황정산 씨는 작품해설을 통해 “사랑은 본질적으로 타인을 지향하는 것이며 나와 타인의 경계를 없애고 자신을 다른 존재의 세계로 진입하게 한다”며 “그리움으로부터 시작하는 심 시인의 사랑은 그 어떤 학문이나 철학보다도 우리 내면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고 평했다.
모두 70여 편의 작품을 겨울꽃 나그네, 가끔은 아주 가끔은, 꽃잎을 기억하지 마라, 왜 급행열차를 탔을까, 나의 존재가 푸르다 등 5부로 나누어 묶었다.
수록 시 가운데 눈 내리는 날, 소나기, 아내의 자리, 봄바람, 가을독백, 밤송이 등은 일상 속에서 흔히 사용되는 쉽고 친근한 말로 사랑의 다양한 모습들을 그려내 보인다.
우리 삶 곳곳에 숨어 있는 사소한 기쁨들이 힘든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임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심 씨의 시들은 특유의 감성어린 시어로 사랑을 이미지화 하고 있는 점이 특징.
일상적인 담화속에서 쉽게 나올 수 있는 말들을 사용한 시어들이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온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생활 현장의 평범한 구석구석에도 시적 상념의 눈길을 보내어 초점을 맞추는 사려깊은 표현술이 시편마다 나타나 있다.
충북괴산 출생으로 충북 청원교육청에 근무하고 있는 심 씨는 문예한국을 통해 문단에 등단했다.
충북시사랑회 회장을 맡아 매주 금요일 시낭송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했고, 시낭송 300회 기념 시집을 발간하는 등 시 낭송문화의 저변확대에 힘써왔다.
현재 충북문인협회, 청주문인협회, 중부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인 심 씨는 머리글을 통해 “이번 시집은 그리 많은 삶을 살지 않았지만 아주 가끔 씩 자신을 돌아보며 완숙을 향해가는 마음을 시심(詩心)에 담았다”며 “시를 쓰는 일도 어렵거니와 시집 한 권 엮어내기가 망설여졌지만 시적 형상과 더욱 친해지는 계기로 삼고자 용기를 내었다”고 토로했다.
이현숙 기자 lee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