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안 단독처리에 야당이 반발하면서 국회 일정이 전면 중단됐다. 예산결산특별위 계수조정소위도 사흘째 가동되지 않고 있다. 만약 이 사태가 지속될 경우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기한(12월2일) 내 처리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충청권 3개 시·도 예산도 정부안으로 확정될 확률이 높다. 충청지역 의원들이 올해 초부터 새해 예산안 열쇠를 쥐고 있는 각 부처와 상임위를 찾아 증액해놓은 3000여억 원도 백지화될 위기에 놓여있다.

반토막 삭감 논란을 불러온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건설관련 내년도 예산은 정부안(2100억 원)보다 1460억 원 증액돼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겨진 상태다. 예산특위 계수조정소위는 내년 예산안 확정의 마지막 단계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삭감·조정한다. 그런데 예산심사가 법정기한을 넘길 경우 증액부분이 사라지고 원안만 남게 된다. 지자체로선 이만저만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번 냉각국회는 언제까지 파행될지 또한 예측불가다.

한나라당으로선 예산안마저 단독 처리할 경우 여론의 비난을 감당하기 어렵고 민주당도 정당한 야당의 몫마저도 챙기지 못한다는 뭇매를 걱정할 입장이다. 역대 국회 예산안 처리의 역사를 보더라도 대통령선거 직전 해의 예산안 처리는 법정시한을 지켰다. 법정시한을 지킨 6번 중 1992년과 1997년 2002년의 경우는 대통령선거를 앞둔 해였다. 특히 내년에도 총선·대선을 앞두고 있어 여야 의원 모두 지역구 예산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다소 희망적인 소식이라면 어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들이 '약속했던 법정기일(12월 2일) 전 처리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정기국회 종료일인 내달 9일까지는 합의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예산안 의결은 헌법에 명시된 국회의 명백한 의무다. 그것도 꼼꼼히 따져 국민 부담을 줄이는 게 최선이다. 작금의 국회파행을 떠나 예산부터 잘 짜는 것이 납세자인 국민에 대한 기본 도리다.

어떤 정치적 이유로도 춥고 소외된 서민예산, 복지예산은 하루라도 지체할 수 없다. 보육료 지원, 기초노령연금 인상, 대학생 등록금 부담완화 예산, 청년창업지원 예산, 일자리 예산 등 서민경제와 직결된 예산은 발등의 불이다.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 정치이기에 국회가 이념과 민생예산을 결부해 저울질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역 정치권 역시 한 푼의 예산이라도 더 반영될 수 있도록 예산 지킴이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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