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이회창 전 대표가 어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대표직을 사퇴하기까지 당의 대표로서 한미 FTA에 대한 '선(先) 대책 후(後) 비준' 당론을 정하고 진두지휘해온 만큼, 선(先) 대책을 실현시키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고 말했다. 여야가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맞서고 있는 긴박한 순간에 자신의 책임론을 부각시키는 것은 퍽 이례적이다.

이 전 대표가 국회의원 불출마 카드를 내놓은 표면상 이유로는 농민,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도 한미 FTA 비준안 처리 필요성에 방점을 찍었다. 선 대책의 실현가능성이 없어졌지만 FTA 비준안은 일단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 대신 부족 부분을 정부가 성실하게 보완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권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는 '선(先) 피해대책 마련, 후(後) 비준안 처리'라는 기존 당론에서 'FTA 반대' 입장을 이끌어낸 선진당의 지난 18일 의원총회 결과와는 상반된 것이어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선진당이 FTA 정국에서 야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정치권의 관점과도 사뭇 다르다.

선진당이 통합 신당의 형태로 재출범했지만 내부 사정이 복잡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 전 대표 측근인 박선영 의원은 이 전 대표 의중에 동조하는 의원이 4명 있다면서 구체적으로 조순형 의원, 이영애 의원 등을 거명했다. 그간 당내 일각에서는 당내 개혁과 관련, 주요 인사들의 기득권 포기 차원에서 총선 불출마, 자기희생적 결단 의지를 요구해왔다. 인적 쇄신, 시스템 개혁이 절실한 선진당에 던지는 의미도 지나칠 수 없다. '심대평 체제' 이후 약화된 당내 입지 확보 전략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정치인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경우, 중요한 메시지를 담는 게 상례다. 이 전 대표가 정치적인 승부수를 띠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내년 총선과 대선 정국을 앞두고 역할론과 맥이 닿아 있다. 잠재적인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각인하는 효과를 들 수 있겠다. '보수대연합론'을 주장해왔던 그의 전력으로 보아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한나라당의 위기론의 대안으로 보수신당 창당론이 제기되는 정국과도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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