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가 정책·경제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잣대로 기준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본보 18일자 1면 보도>

국가 R&D사업으로 수천억 원 이상의 사업비를 투자·개발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시스템의 경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시철도 예타 조사 대상사업에 제외되는가 하면, 사업비의 20% 범위 내에서도 기종이나 노선 등 일부 변경이 가능한 사항에서도 해당 부처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기계연구원 도시형자기부상열차 실용화사업단(이하 사업단)은 지난달 기재부를 방문, 대전 도시철도 2호선의 예타 조사에 자기부상열차를 추가 기종으로 포함해 줄 것을 건의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사업단 관계자는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개발 사업’은 정부가 실용화 가능한 사업 중 하나로 판단, 4500여억 원을 들여 개발한 국내기술로, 인천공항 시범노선에 이어 추가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해외수출이 어렵다”면서 “대전의 경우 주민선호도를 포함해 경제·상징성 등을 고려할 때 최적의 기종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사업단은 이에 따라 기재부에 대전도시철도 2호선 예타 조사에 기본 기종으로 모노레일을 검토하고, 이와 함께 자기부상열차를 별도 기종으로 추가 검토해 줄 것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자기부상과 모노레일은 같은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모노레일도 첫 도입 당시 외국 사례를 중심으로 검토된 만큼 기재부에 자기부상에 대한 관련 데이터를 보충해 추가 기종으로 같이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기재부 측은 이에 대해 단호히 ‘불가’ 의사를 밝혀 또 다른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안전성 검증에 대한 데이터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자기부상을 도시철도 예타 조사 기종으로 채택할 수 없다”고 못 박은 뒤 “다만 인천공항 시범노선의 테스트가 2013년까지 진행되면 이 결과를 갖고, 비용과 설계, 시스템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할 수는 있다”며 도입 시기를 2013년 이후로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예타 통과 후 기종 변경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KDI에서 진행할 도시철도 예타 조사는 최고의 전문기관이 비용과 안전성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당초 제출됐던 사업계획서만 본다”며 기종 변경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대전 도시철도 2호선의 기종 선정과 관련, 자기부상열차로 총연장 28.6㎞(정거장 22개소)를 건설할 경우 드는 예상비용은 1조 3232여억 원(추정치)인 반면, 모노레일은 1조 2770여억 원으로, 기종 간 차액은 3.5%(462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즉, 예타 조사 대상 사업의 경우 사업비의 20% 범위 내에서 사업의 일부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재부의 이 같은 설명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국가재정 관련 한 전문가는 “대형 신규 공공투자사업의 정책적 의의와 경제성을 판단하고, 사업의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추진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도입된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가 최근 경제·정책성 분석에 이어 정치적 잣대까지 판단하려고 한다”며 “인구, 교통량 등 기본 데이터를 과연 최근 수치를 도입할 것인지, 수년전 수치를 도입할 것인지에 따라 결과가 다르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예타가 일부 정치적 도구로 악용될 소지가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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