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원을 들여 개발한 국가R&D사업인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시스템’이 사장(死藏)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정부가 총 사업비 4241억 원을 투입, 이 시스템 개발에 나섰지만 정작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 등 각 부처 간 소통 부재로, 도시철도 상용화를 통한 원천기술의 해외 수출 길을 스스로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한국기계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교과부와 지경부 등과 공동으로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기계연구원을 총괄주관기관으로 선정, 지난 2006년부터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시스템을 개발했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 경전철 사업이 일본산 모노레일 등 대부분 외산에 의존하면서 국부의 해외유출 및 A/S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자기부상열차를 국가 R&D사업으로 개발, 상용화한 뒤 해외수출까지 도모한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혔다.

기계연은 이를 위해 지난 2009년 시제차량 제작에 이어 지난해 2월 시험선 시운전을 시작으로 현재 모든 시스템에 대한 개발을 완료하고,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시범노선으로 선정, 내년 하반기부터 시운전을 개시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자기부상열차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상용화 사례가 시급하다고 판단, 현재 전 지자체를 상대로 도시철도 건설사업 시 채택 기종으로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대전시도 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위한 국토부 협의 과정에서 자기부상열차로 기종을 채택할 경우 중앙부처 차원에서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 받았다. 그러나 시는 2호선 건설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 신청 과정에서 기재부의 ‘불가론’에 막혀 기종을 '자기부상'에서 '모노레일'로 급선회한 결과, 가까스로 예타 조사 대상사업에 선정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토부와 기재부 등 같은 정부 부처 간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나뉘며, 지자체나 이 시스템을 개발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입지가 극히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자기부상열차에 대한 안전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기종을 예타 대상사업으로 선정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오는 2013년까지 인천공항에서 진행될 자기부상에 대한 테스팅 결과를 토대로 향후 비용이나 편익, 정책·안전성 등의 데이터를 갖고,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을 도시철도 사업에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국토부 측은 “개발 후 첫 도입되는 시스템을 어떻게 완벽히 검증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 뒤 “인천공항 사례가 나온 뒤 해외사례를 보정해 기재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계연 관계자는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한 주체로써 현 상황이 곤혹스럽다”며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에서 자기부상열차에 대해 문의가 들어오지만 국내에서 상용화된 사례가 없어 그 쪽에서도 기술수입을 꺼린다. 빠른 시일 내 정부 차원의 전향적인 기종 검토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기술의 사장화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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