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도의회본회의장. 충청투데이 DB  
 

30회 정례회 개회 첫날부터 충북도의회(의장 김형근)가 파행으로 시작됐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중요한 정례회에서 이시종 지사가 도정질의 답변을 거부하는 사태가 빚어지면서 9대 충북도의회 출범 이후 지속됐던 의회 내부의 갈등을 그대로 드러냈다. 사태의 발단이 된 한나라당 김양희 의원은 물론 사전에 예견됐던 문제에 대한 조정력을 상실한 의장단과 집행부 모두 파행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정례회 첫 날 파행을 빚은 것은 김 의원이 사전에 제출한 질의요지서에서 비롯됐다. 김 의원은 '이시종 지사의 인사관리, 조직개편 및 운용, 정책결정 및 집행'이라는 간단한 제목만 제출했다. 이에 도의회 담당 부서와 운영위원회에서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김 의원의 도정질문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급기야 이 지사가 답변을 거부하는 사태가 빚어지면서 문제가 확대되자 공동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먼저 이번 사태를 초래한 김 의원에 대한 원인 제공 지적이 있다. 일부 도의원들은 “김 의원이 제출한 것은 질문요지서라고 하기보다 포괄적 개념의 제목이었다”며 “도정 질의를 하는 입장에서 집행부가 성실히 답변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득세하는 가운데 도의회에서 몇 안되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으로 민주당 이시종 지사에 대한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던 김 의원의 그동안 행보로 볼 때 이번 질의요지서 건은 성의가 없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파행으로 얼룩진 정례회 개회에 대한 책임은 의장단과 집행부도 면할 수 없다. 의장단은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의원 간, 집행부와의 조정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의장단은 김 의원의 질문요지서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태가 예견됐음에도 이를 막지 못했다. 의장단은 “의회 내에서 소수의 목소리가 차단된다는 불만을 해소시키는 차원에서 막을 수 없었다. 이번에 도정질문을 제재했다면 과거와 같은 소수에 대한 차별 논란이 일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집행부도 도정질문에 있어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수수방관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해 도정질문에 대해 해당 의원에게 협조를 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그러한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나서지 않았다”고 밝혀 모든 요소가 파행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태는 제9대 의회 출범 후 이어져 온 도의회 내부 갈등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의장단은 소수당 의원들을 끌어안기에 적극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소수의 목소리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그동안 김 의원의 도정활동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회 내의 갈등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고, 의원 간 소통부재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다수당인 민주당이 같은 당 소속 이 지사를 감싸 안는 인상을 주면서 도의회 본연의 견제와 감시기능를 소홀히 한다는 소수당의 부정적 시각이 이번 사태를 불러온 것으로 해석된다.

도의 한 관계자는 “도의회가 내부 잡음을 최소화하고 주민의 대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당리당략에 휘둘러서는 안된다”며 “의장단은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집행부와도 원만한 협조체제를 구축, 의회와 집행부가 양 수레바퀴 논리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의회 내부의 소수 의견을 존중하는 다수의 배려가 중요하다. 소수 세력은 합리적이고 명분있는 주장을 내세워야 한다”며 “소속 당이 다르기 때문에 정당의 이념과 정책에 따라 의견을 달리 할 수 있으나 지역을 위한 공통분모를 찾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엄경철 기자 eomk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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