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의 ‘총장직선제 폐지’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학내 구성원 대상 찬반투표 등의 방식을 논의할 예정이던 비대위 회의와 찬반투표가 다음 주로 미뤄지고, 또 당초 18일로 예정됐던 교과부 컨설팅도 충북대 요청에 따라 28일 이후로 늦춰졌다. 충북대는 일정을 조정하고 구성원 의견을 다시 모으는 등 총장직선제 폐지문제와 관련해 잠시 ‘냉각기’를 갖는 분위기다. 하지만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변모하기 위해선 구조개혁은 시대적 소명이란 여론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대학 구성원들이 이해관계를 떠나 ‘총장직선제 폐지’ 등 자구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승택총장 “대학발전위한 고육지책”

김승택 총장은 지난 11일 대학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총장직선제 폐지를 선언했다. 김 총장은 “대학 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총장직선제 폐지 권고안을 수용한다”며 “만약 총장직선제 폐지가 구성원 총회에서 부결될 경우 총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서 김 총장은 그동안 거부해왔던 컨설팅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대학발전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임을 분명히 했다.

충북대는 이같은 총장의 입장표명에 지난 14일 구성원 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았다. 설명회에서도 김 총장은 “교과부와의 갈등으로 학생들이 절대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는 점과 학교가 행·재정적 불이익을 당하게 둘 수는 없어 이같은 총장직선제 폐지 결심을 하게 됐다”고 수용 배경을 밝히고 구성원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어 “구성원들이 총의를 모으겠지만 총장직선제 폐지문제가 총회에서 부결될 경우 총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다시한번 확실히 하는 등 배수진을 쳤다.

◆교수회 투표 “74%가 반대”

설명회에서는 교과부의 선진화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충북대가 입게 될 문제들이 거론됐다. 국책사업·국고지원금 중단, 인사상 불이익, 강사료·공공요금 보조 중단 등의 불이익에 대한 자료가 공개되고 이로인한 학생교육의 질 저하와 연속성 문제, 거점대학 연구 역량유지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설명회는 총장직선제 폐지를 반대하는 교수들에 의해 주도됐다.

참석 교수들은 “교과부가 동원할 수 있는 행·재정적 제재는 법령이나 확정된 예산, 사업계획에 근거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한적 일 수밖에 없다”며 “모든 사업이 중단되고 모든 국고지원금도 중단된다고 가정하는 것은 교과부 자체가 무소불위 탈법기관이 아닌 한 불가능하다”고 대학측의 피해 예상자료에 대해 반박하는 등 반대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설명회 분위기 탓인지 지난 15일 교수회가 학교측의 찬반투표와는 별개로 진행한 투표(721명의 교수중 502명 참여)에서 찬성 124명, 반대 373명으로 74.3%가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사실상 교수들이 총장의 제안을 거부한 것이다. 충북대는 이에 따라 당초 예정했던 일정들을 모두 연기하는 등 대책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총장직선제 폐해

충북대 총장의 총장직선제 폐지 수용은 현재 대학의 상황을 반영한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다. 교과부의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지적인 것.

지난 1988년 이후 계속돼 온 총장직선제로 인한 줄서기 등 각종 폐해는 학교구성원들이 먼저 개선해야 할 과제로 뽑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총장선거 과정에 학연과 지연에 따른 파벌이 형성되고 단과대별 이기주의가 횡행하는가 하면 선거후 논공행상에 따른 보직 나눠먹기 등 폐해가 적지 않았던 것이 현실로 이에대한 폐지가 심도있게 논의돼 왔다. 교수들이 총장직선제 폐지를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문제가 있는 국립대선진화방안(총장직선제 폐지 포함 등)을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대학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논리에 기초한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현실이 더 이상 대학의 구조개혁과 구조조정을 외면할 수는 없는 상태로 국립대 선진화방안은 싫든 좋든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총장공모제 도입으로 임명제 총장이 들어설 경우 다소 ‘느슨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연구실적 등이 중시되는 경쟁 우선의 대학으로 변하는 것에 대한 반발도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관계자는 “이제 더 이상 대학구조개혁을 거부하거나 선진화방안을 외면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며 “총장직선제 폐지는 이같은 현실을 반영한 고민 끝에 나온 대안이 아니겠냐”고 강조했다.

홍순철 기자 david012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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