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이 ‘국회의원 한 명 없는 기형적인 세종시 출범’을 막기 위해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 11일 세종시 국회의원 신설을 포함시키지 않은 채 내년 총선 선거구획정안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하면서 세종시 국회의원 신설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 됐다.

국회 선거구획정위의 선거구획정안은 8곳을 분구하고 5곳을 통합하는 것이 골자이다. 광역단체에 준하는 특별자치시인 세종시는 국회의원 선거구 신설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총선이 실시되는 내년 4월경을 기준으로 인구 하한선 미만(10만 3460명)이라는 점 때문에 논의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 같은 내용의 선거구획정안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정치·정서’적인 사안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조정한 후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역대 선거구획정 과정을 본다면 정개특위에서 선거구획정안이 정치적으로 조정된 사례도 많아 일말의 희망은 남아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그리 밝지 못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정개특위 위원 20명 가운데 4명의 지역구가 합구 대상에 포함돼 있는 등 6명이 선거구 분구 및 합구에 따른 직접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호남 의원이 10명(영남 6명, 호남 4명)으로 절반 이상이다. 결국 정개특위 위원들은 세종시 선거구 신설은 고사하고, 자신의 선거구와 당의 텃밭을 지키는 데 더 바쁜 상황이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정개특위 위원들이 세종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기 보다는 정치적 이해타산에 바빠 세종시에 관심을 쏟을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국회의원 선거구 신설 문제는 충청권 스스로 정치적인 이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는 대목이다. 늦게나마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충청정치권과 세종시 예정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세종시 국회의원 선거구 신설’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자유선진당 심대평 대표는 14일 “세종시가 현재 인구 하한선 미만이고, 내년 총선 이후 출범한다는 이유를 들어 (국회 선거구획정위) 논의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것은 세종시에 대한 정치권의 횡포”라고 비난했다.

심 대표는 “세종시의 법적지위는 인구기준이 아닌 국가균형발전이나 정책 목표에 따라 그 위상과 역할에 맞게 광역시로 규정한 것”이라며 “세종시가 독립선거구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시·도경계를 넘어 획정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제26조 규정에 위법되는 등 많은 문제를 야기시킨다”며 지적했다.

선진당은 이와함께 정개특위 위원인 류근찬 의원 대신 김창수 의원을 정개특위로 사보임시키고 세종시 국회의원 선거구 신설을 위한 정개특위 내 활동을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한나라당 대전시당은 이날 ‘선거구 증설 추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활동에 돌입했다.

선거구 증설추진 특위는 윤석만 동구 당협위원장 등 9명으로 구성되며 천안시, 세종시, 대전시 등 충청권 국회의원의 정수 조정과 관련한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키로 했다.

이들은 세종시에 대한 독립적인 선거구 확보를 위한 당위성을 중앙 정치권에 전달할 계획이다.

대전·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세종시 정상추진 충청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선거구획정위가 임의적으로 인구기준을 들먹이면서 세종시를 독립선거구 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국회 정개특위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일개 자문기구 성격에 불과한 국회 선거구획정위에서 관련법을 임의적으로 해석, 세종시를 선거구 획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올바른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세종시 백지화 논란을 겪어 건설이 지연되고 수많은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것도 억울한데 이제는 국회의원 정수 조정에서도 세종시의 법적지위를 보장받지 못한 채 설움을 당하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조치다”라고 경고했다.

세종시 예정지구인 충남 연기군청 앞에선 이날 연기군민과 충북 부용면민 등 500여명이 참여한 ‘세종시 국회의원 독립선거구 신설 촉구 대회’가 열렸다. 이들은 “광역자치단체인 세종시가 타 시·도 기초단체의 선거구와 통합되는 모순이 있으며 독립 선거구가 없는 세종시민의 참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