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의 ‘묻지마 예산삭감’에 지역현안 사업들이 출항도 하기 전에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집행부의 불요불급한 예산을 심사하고, 지역 현안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협력해야 할 지방의회가 정당·의원들 간 나눠먹기식 예산 심의와 삭감을 반복하면서 지역민들로부터 ‘의회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13일 대전시, 충남도 등에 따르면 최근 ‘2011년도 추경 및 2012년도 본예산’ 심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각 지방의회에서는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가 한창이다.

통상적으로 각 집행부가 상정한 예산안을 놓고, 사업의 적정성과 시기·비용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삭감 또는 증액을 논의해야 하지만 정당·계파 등 정치적 협력이냐, 대립 관계냐에 따라 해당 사업비의 삭감 여부가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동일한 사업임에도 의회 상임위원회나 의원들 간에도 보는 시각이 제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또 정확한 사업내용이나 국비 지원여부,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에 대한 정확한 분석없이 해당 상임위에서 삭감되거나 예결위에서 또 다시 칼질을 당하면서 사업비 자체가 ‘0’로 끝나는 사업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지난 5월 진행된 충남도 2011년도 1회 추경 예산안 심의에서 도의회는 안희정 지사의 공약사업인 충남문화재단 설립 준비위원회 운영비 1000만 원과 충남 CI(로고)개발 사업비 2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여기에 대전시의회 역시 지난 추경 예산안 심의에서 고속도로 IC특화단지 프로젝트 사업 9억 4000만 원, 창업 및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투자조합 펀드 조성 사업 30억 원, 사회복지시설 도서구입비 2900만 원 등을 전액 삭감해 지역 현안사업들이 시작도 하기 전에 제동이 걸렸다.

시는 당초 사통팔달의 지리적 장점을 살려 북대전·서대전·남대전IC 등 고속도로 나들목 인근에 구즉 묵마을, 한우, 음식문화거리 등의 특화단지를 조성, 대전을 ‘지나가는 도시에서 머무는 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을 수립해 관련 사업비 심의를 의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시의회 해당 상임위 의원들은 정확한 사업 내용도 파악하지 못한 채 '특정 지역구만 이익을 본다'며 반액 삭감을 단행했고, 예결위에서 또 다시 전액 삭감이라는 메스를 가했다.

당시 A 의원은 “이 사업이 첫 시작이기 때문에 자부담이 필요하며, 전액 지원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또 다른 B 의원은 “당장 필요한 사업이 아니다. 각 업체들이 알아서 하면 되지, 굳이 특화단지를 조성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로 삭감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지역 정가에서는 “각 지방의회가 하반기 원구성을 놓고, 벌써부터 치열한 물밑경쟁에 돌입했다”고 전제한 뒤 “현안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통한 지역 전체의 발전보다는 의회 내 의장과 상임위원장 등 감투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집행부의 사업 예산안에 자신들의 지역구가 빠지면 무조건 삭감하려고 한다”며 현 의회민주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박재현 기자 gaemi@cctoday.co.kr

<대전시의회·충남도의회 예산안 심의 현황>        (자료:대전시·충남도)

  지역 현안사업 상정 내용 시·도의회 심의 결과
·충남문화재단 설립위원회 운영비(1회 추경)         삭감
·충남 CI(로고)개발 사업비
·대전 고속도로 나들목 인근 특화단지 프로젝트 사업
·창업 및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투자조합 펀드 조성사업
·사회복지시설 도서구입비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