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11총선을 앞두고 충청권 선거구 신·증설 문제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인구 상한기준(31만 406명)을 넘긴 '천안 을' 선거구는 2개로 늘어나지만, 세종시와 대전의 경우는 선거구를 신·증설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물론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국회 선거구획정위원회의 막바지 단계에서 충청권이 또 다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도록 정치력이 발휘돼야 할 시점이다.

당장 내년 7월 출범하는 세종시가 문제다. 세종시가 광역자치단체에 걸맞은 권한과 지위를 갖고도 국회의원 선거구를 독립적으로 갖지 못한다는 건 두고두고 웃음거리로 치부될 수 있다. 연기군과 지역정치권,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선 이유를 알만하다. 유한식 연기군수는 각계에 보내는 서한문에서 "세종시를 정상적으로 건설하기 위해서는 세종시에 담긴 미래비전과 기대하는 주민의사를 충분히 대변할 수 있는 독립된 국회의원선거가 요구되고 있다"면서 법적기반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의지에 달려 있는 문제다. 인구하한기준(10만 3469명)에만 집착할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 정수(현행 299인)를 규정한 공직자선거법(제21조)을 개정해서 세종시에 우선 1개의 선거구를 신설하는 방법도 있다. 세종시민들이 참정권과 평등의 원칙에서 제한 받을 수는 없다. 우여곡절 끝에 세종시가 출범하는 의미를 상기해본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충청권은 누가 보더라도 표의 등가성이나 지역의 대표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대전의 경우를 보자. 인구가 38만명이나 적은 울산과 같은 국회의원 의석수(6석)를 확보하고 있다. 5만 명 정도 적은 광주는 오히려 대전보다 2석이나 더 많다. 대전은 국회의원 1인당 평균 유권자 수가 25만 1000여명으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그 속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선거구 신·증설 명분은 충분히 구비하고도 정작 법률적인 요건 갖추기에는 소홀히 한 결과다. 선거구 획정 때마다 이런 식이다.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광주의 경우 이번에 2석을 내놓을 처지에 몰렸지만 인접 구와의 경계조정을 통해 통폐합대상에서 벗어났다. 대전도 지난날 민관정협의회까지 가동했지만 신통한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매번 뒷북만 치는 행태가 지겹다. 지역의 정치적인 역량까지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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