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국비 증액 성과를 놓고 충북도가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이시종 지사를 비롯한 전 직원이 지난 7월부터 국비확보를 위해 눈물겨운 노력을 해왔는데, 민주당 소속 홍재형 의원이 공식적으로 자신의 치적으로 평가하는 탓에 서운한 내색도 못하고 가슴만 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6일 도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2년 정부예산(안)에 3조 6402억 원의 예산이 반영된 데 이어 최근 열린 국회심의 과정에서도 국토해양위 소관사업 총 19건 1083억 원이 증액됐다.

이번에 추가반영된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및 국제행사 승인 등 사전절차가 이행되지 않아 당초 예산 편성과정에서 빠졌다가 다시 반영됐고, 도에서 당초에 요구한 예산이 삭감된 경우는 증액 반영된 것으로 도는 설명했다. 이번 국비증액을 놓고 홍재형 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치적이라고 자평했다. 홍 의원은 "국회 국토해양위 예산소위 활동을 하면서 모두 19건 1083억 원을 증액시켰다"며 주요사업별 예산반영을 설명했다. 홍 의원은 “내년부터 추진할 신규 사업 가운데 정부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사업을 중심으로 상임위 예산소위에서 추가로 증액시켰다”면서 “앞으로 동료 국회의원들의 협조를 얻어 국회에서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의 발표에 대해 도는 난감하기만 하다.

충북도의 눈물겨운 노력과 노영민·송광호·윤진식 의원 등의 적극적인 지원의 결과인데도, 홍 의원이 ‘지원사격’ 정도로 자신의 공을 평가하지 않고 마치 정치력 등으로 얻어낸 것처럼 치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 의원의 도움이 있었던 점도 부정할 수 없다 보니 대놓고 도의 성과라고 쏘아붙일 수도 없고, 가만있으려니 홍 의원 공을 인정하는 셈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동안 충북도의 국비확보 행보는 눈물겨웠던 게 사실이다. 이 지사는 지난 7월 전 간부공무원에게 미반영내지 삭감된 사업의 정부안 반영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기획재정부 심사기간 중 누락 또는 삭감된 사업 부활을 위해 노력할 것 등을 지시했다. 이에 부지사를 중심으로 전 간부공무원이 매일같이 중앙부처를 방문해 정부예산 확보에 매달렸다.

이 지사도 평일과 휴일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 행보를 이어가며 초당적 차원에서 지역국회의원들의 협조를 구하고 중앙부처 장·차관 집무실을 수시로 찾았다.

도의 한 공무원은 "지사 입장에서도 홍 의원이 정치선배이다 보니 서운해도 내색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홍 의원이 이 지사와 도청 공무원의 노력을 알아줬으면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씁쓸하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이 생각날 뿐"이라고 말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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