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충남청 브리핑룸에서 수억원대 보조금을 횡령한 농업인 대표를 구속, 광역수사대원들이 범행에 사용된 대포 통장을 정리하고 있다. 김호열 기자 kimhy@cctoday.co.kr  
 

농·축산업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지원하는 각종 보조금이 줄줄 새고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에선 보조 및 융자금 지원 과정에서 책임 강화를 위해 농민 자부담을 명시하고 있으나 정작 관리·감독 소홀로 횡령의 한 수단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충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일 유명 농업회사법인을 운영하며 저온체계구축 등 각종 농산물 유통관련사업 과정에서 수십억 원의 정부 보조금을 빼돌린 법인 대표 A(68) 씨를 구속했다.

또 이 과정에서 뇌물을 받거나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는 등 사실상 관리·감독에 소홀했던 공무원 5명도 함께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구속된 A 씨는 지난 2006년부터 저온체계구축사업이나 원예브랜드 육성 지원사업 등 다수의 정부지원 사업을 진행하며 100억 원 상당의 보조금을 받았고, 하청 업체들과 짜고 25억 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 유형별로 차이가 있으나, 저온체계육성사업의 경우 저온창고 등 시설을 지으려면 50%가량 업체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보조를 하는 방식이다.

표면상으로 자부담이 포함돼 횡령을 할 수 없는 구조이지만, 시설업자와 결탁하면 충분히 돈을 빼돌리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 A 씨는 1억 3500만 원을 들여 신축한 창고를 하청업체와 짜고 2억 7000만 원에 이르는 가짜 세금계산서와 영수증 등을 지자체에 제출, 보조금을 타냈다.

또 사업비 전액을 하청업체에 송금한 뒤 대포통장 등으로 되돌려 받는 등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교묘한 수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과연 이런 사실을 해당 공무원을 몰랐을까.

경찰 수사에서 공무원 5명이 이 사건과 관련해 입건됐지만, 현장 미확인 등 관리·감독을 소홀과 부서 단합대회 명목으로 일정부분 도움을 받았을 뿐 횡령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강변하고 있다.

게다가 구속된 A 씨는 농업법인의 경영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도 허위매출을 발생시켜 분식회계 등으로 주금을 배당받기도 했지만, 논산시가 16억 원 가량을 출자해 설립한 이 법인대표의 각종 불법사실을 몰랐다는 점도 아이러니한 부분이다.

또 다른 문제는 정부의 책임 없는 지원 정책이다. 현재 일부 정부보조금의 경우 사업별 일정 규모의 예산 만 편성에 지자체에 지원할 뿐 세부적인 집행규정이 없다.

때문에 업체선정은 물론 예산지원까지 대부분의 권한을 지자체에서 갖게 되면서 여러 단계에 걸친 책임 있는 감시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산시 감사실 관계자는 “시·군 자체 예산으로 집행된 보조금으로 문제가 생긴 부분은 극히 드물지만, 국가 보조금 사업의 경우 종종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많은 국비지원 사업이 세부적인 예산 집행 지침이 없고, 오히려 감사 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나도 이렇다 할 규정이 없어 애매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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