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류업계 양축으로 손꼽히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의 소주 전쟁에 지역소주업계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특히 올초 롯데의 충북소주 인수와 함께 충북지역은 두 메이저 업체 간 격전지의 주무대로 부상했고, 이들의 시장점유율 다툼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모든 경영권이 롯데로 넘어가긴 했지만 꾸준히 생산되며 지역소주로 자리해온 '시원'은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1일 도내 주류업계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소주출고량을 조사한 결과 8개 지방 소주사 가운데 무학(경남)과 선양(대전·충남)을 제외한 6개사의 출고량은 일제히 감소했다.

이 가운데 충북을 바탕으로 하고있는 충북소주도 7.1% 감소한 82만 5000상자에 그치며, 시장점유율은 1.1%~1.3%로 바닥권으로 내려앉았다.

충북도내를 영업권 안에 두고 있는 주조업체들의 실판매 실적을 살펴봐도 이 같은 상황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올 3월부터 9월까지 진로와 롯데칠성, 충북소주, 선양의 도내 실판매량(농·축협, 옥천·영동군 제외)은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하이트진로(참이슬)의 경우 102만 1469박스로 지난해 같은 기간(100만 7619박스)보다 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충북소주(시원한 청풍)의 판매량은 전년대비(68만 4879박스) 1.9%가 감소한 67만 2048박스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그동안 롯데로의 경영권 이전에도 불구하고, 지역소주의 명맥을 잇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는 생산라인을 확대하기 위해 현재 청원군 내수읍의 충북소주 공장 주변부지 2만 5000㎡에 대해 신축공사를 벌이고 있다. 롯데는 이 공장을 증설해 수도권 지역에 공급하는 '처음처럼'생산을 극대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롯데의 주력 상품인 '처음처럼'의 경우 현재까지 도내 판매량은 미미한 실정이다.

하지만 강력한 자금력과 유통망을 가진 롯데가 '처음처럼'에 대한 집중투자와 대외적인 마케팅을 구사할 경우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의 이파전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역소주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롯데가 충북소주를 인수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시원에 대한 생산 자체를 중단하진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현 상황에서 롯데의 생산라인 공장 증설과 추락하는 시원의 점유율을 감안했을 때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처음처럼' 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집중투자가 이뤄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충북소주의 ‘시원’이나 롯데의 주력상품인 ‘처음처럼’의 판매량을 늘리려면 과거 충북소주 때처럼 지역민이 느끼는 지역친화적인 마케팅과 사업을 펼쳐야 하는 데 롯데측의 인수 후 중단된 것처럼 느껴진다”며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제품의 경쟁력이 최선이지만 충북소주란 자도주의 이미지를 갖고 지역밀착형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한다면 처음처럼도 함께 매출이 올라갈 수 있을텐데 현재로선 롯데측에서 그러한 움직임이 보이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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