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북도내 곳곳에 무작위로 배포된 무료영화 초대권,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최근 충북 도내에서 무료영화 초대권을 미끼로 사람들을 모은 뒤 금융상품이나 보험 등을 홍보·판매하는 사례가 잇따라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 업체들은 시내 주요건물과 상가 등에 무료영화 초대권을 무작위로 배포한 뒤 시내의 대형 영화관의 상영관을 통째로 빌려 상품 등을 홍보하고 판매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들이 상품을 홍보한 뒤 작성하게 하는 상품 가입서에는 주민번호와 계좌번호 등 각종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어 이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30분,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한 대형멀티플렉스 영화관 앞에는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를 비롯, 40~50대 주부 등 200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영화를 보기 위해 줄을 서는 광경이 연출됐다. 이들은 하나같이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도가니’ 무료영화 초대권을 손에 들고 입장을 기다렸고 검은색 양복을 입은 건장한 남성이 이들의 입장을 통제했다. 초대권에 쓰여있는 시간이 되자 이 남성은 200여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순서대로 극장에 입장시켰다. 무료영화에 한껏 들뜬 사람들은 상영관에 자리를 잡고 영화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지만, 상영관 앞에는 영화 대신 양복을 차려입은 또 다른 남성이 마이크를 잡고 섰다. 이 남성은 “무료영화를 상영하기 전에 몇 가지 드릴 말씀이 있는데 오해하지 말고 들으시라”며 말문을 열었다. 곧이어 영화가 상영돼야 할 극장 화면에는 금융상품을 홍보하는 글과 자료가 상영됐다. “이럴 줄 알았다”며 순식간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상영관을 빠져나갔고 이 남성은 “지금 나가신 분들은 후회할 것”이라며 상품 홍보를 시작했다.

상품 홍보는 1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에 지친 사람들이 또다시 상영관을 빠져나가자 이 남성은 국내 유명리조트 10년 회원권을 미끼로 호응을 유도하며 분위기를 이어나갔다. 상품 홍보가 끝난 뒤 업체가 관객들에게 나눠준 것은 다름 아닌 금융상품 가입서. 가입서에는 주민번호를 비롯해 전화번호, 주소, 계좌번호 등 각종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었고 홍보에 현혹된 수십 명의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가입서에 적어 업체 관계자에게 건넸다.

무료영화 초대권을 미끼로 한 상품 홍보회는 최근 몇 달 사이 도내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월과 8월, 7월에도 청주 성안길의 유명멀티플렉스 영화관 등에서 잇따라 무료영화 초대권을 미끼로 한 상품 홍보회가 개최됐고 매 회 수백 명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문제는 업체들의 얄팍한 상술에 속아 상품에 가입하는 피해와 더불어 적어낸 개인정보가 얼마든지 다른 곳에 이용될 수 있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와 소비자 유인행위에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사실상 없는 상태다.

이날 중간에 자리를 뜬 한 시민은 “초대권 앞면에는 영화에 관련된 내용만 적혀 있어서 금융상품 홍보회 자리인지 몰랐다”며 “대형 영화관에서 한다길래 믿고 왔는데 속았다”고 비난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초대권으로 홍보회에 갔다가 상품 등을 구입한 뒤 피해를 입어도 이를 회복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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