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근 충북도의회 의장(가운데)과 의장단이 30여일의 진통끝에 의정비 인상 추진에 따른 빗발치는 주민 여론에 못이긴 듯 31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의정비 동결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충북도의회 제공  
 

압도적인 반대여론에도 내년도 의정비 인상추진을 강행해 온 충북도의회가 결국 민의(民意)에 무릎을 꿇었다. 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어려운 서민경제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서라는 게 동결 이유다. 하지만 이는 표면에 그칠뿐, 내년 4·11 총선을 앞둔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강공 드라이브’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민들의 목소리보다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우선시했다는 것으로, 도의회의 민심외면 비난과 함께 도의정비심의위원회의 부실심의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의회, 인상에서 동결로 우회

김형근 도의회 의장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어 "도의정비 심의위원회가 최근 내년도 의정비 인상을 결정한 것은 지방의원 유급제 본연의 취지에 들어맞은 것이지만 도의회는 의정비 인상을 위한 조례 개정에 착수하지 않겠다"며 동결입장을 밝혔다. 그는 "최근 2년간 의정비가 동결된 점을 고려할 때 인상의 당위성은 충분히 있지만 서민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이렇게 결정했다"며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의정비에 대한 국민적인 논란을 불식시킬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이에 따라 중앙정부에 의정비 결정과 관련한 시스템의 한계 등을 지적하고 제도 개선을 건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의회는 지난 9월 27일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2012년 도의회 월정수당 기준액(2995만 원)이 올해보다 130만 원 오른 점 등을 반영해 의정비를 책정해 달라"는 의견을 냈다.

도 의정비 심의위는 지난달 28일 내년도 도의원 의정비를 올해(4968만 원)보다 2.4%(120만 원) 오른 5088만 원으로 책정했다.

◆정치적 득실(?)에 따른 결정

한달 여간 압도적인 반대여론을 무시한 채 인상추진을 강행해 온 도의회가 동결 결정을 내린데는 정치적 득실에 따른 것이라는 게 정가 안팎의 중론이다. 도의회는 결정에 앞서 의원 간담회와 상임위원장단 회의를 잇따라 열었다. 의원 간담회에선 참석의원 13명 가운데 찬성 8명, 반대 5명이었지만, 김 의장이 직접 전화설문조사를 통해 불참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이 쯤에서 멈추자’ 등의 반대가 우세했다. 특히 줄곧 인상안을 주장하던 일부 의원들이 동결로 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난 민심에 귀 귀울였다는 게 표면적 이유지만, 일각에서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협박에 가까운 종용을 도의원들이 거절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도의회가 충북도민 80%(언론사 여론조사결과)가 반대하는 의정비 인상을 강행할 경우 이에 따른 성난 민심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악재로 작용할 게 불보듯 뻔하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역정가의 한 인사는 “민주당과 소속 국회의원 입장에선 이번 의정비 인상 논란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여당 등 정치권에서 의정비 인상문제를 내년 총선까지 이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민의와 배치되는 의정비심의?

도의정비심의위는 지난달 28일 내년도 연간 의정비(의정활동비+월정수당) 총액을 5088만 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올해 의정비 4986만 원의 2.4%에 해당하는 120만 원이 오른 금액이다.

의정비심의위는 지난 2년 간 의정비가 동결된 점과 물가 상승률,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감안해 내년 도의원 의정비를 올렸다고 설명했다. 김순범 청주 YMCA 정책위원, 김준회 변호사, 김홍무 충북학교아버지회 연합회장, 박수현(심의위 부위원장) 청주YWCA 이사, 박종희 남북누리나눔 운영이사, 이용한 전국이통장연합회 충북지부 부회장, 이장희(심의위원장) 강동대 교수,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이춘수 충북대 사회교육과 교수, 장인수 언론인 등 위원 10명 중 인상에 반대한 위원은 김홍무·장인수 등 4명에 불과했고, 도의회가 추천한 인사들은 인상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정비심의위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 19세 이상 도민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결과 ‘현행 의정비가 낮다'는 의견은 4.6%에 불과한 반면 '적정하다'가 45.2%, '매우 높다'가 50.2%였는데도, 이를 철저히 무시한 채 표결을 통해 인상을 결정했다.

의정비 인상안 자진철회를 요구한 청주시심의위의 결정과 전국 평균에도 한참 못미치는 충북도 재정자립도, 여론조사 결과, 정치권의 반대 등 의정비 인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됐는데도 인상을 결정한 도의정비 심의위에 대한 ‘부실심의 비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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