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시각장애인들이 대전산악연맹 산악인들의 안내를 받으며 대전 둘레산길 6구간을 오르고 있다. 우희철 기자  
 

'볼 수는 없어도 느낄 수는 있었다.'

시각장애인들이 비가 내리는 대전 둘레산길을 걸으며 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비록 눈으로 사물을 보지는 못하지만 산의 향기와 소리를 온몸으로 느끼며 자연과 한 몸이 된 것이다.

29일 오전 10시 대전둘레산길 6구간 시작점인 대전시 대덕구 장동고개에 흰 지팡이를 들고 비옷을 입은 23명의 대전 산성종합복지관 시각장애인들이 모였다. 시각장애인들의 발이 되고 지팡이가 될 사람들은 대전산악연맹 가맹단체 100여 회원들. 이들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2인1조로 나눠 산행의 안내자 역할을 맡았다.

대전산악연맹(회장 박홍범) 대전둘레산길 운영위원회는 지난 6월부터 매월 둘레산길 산행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번엔 시각장애인들과 함께하는 특별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한손엔 안내자의 손을 꼭 잡고 한발 한발 디딜 때마다 등산로 상황을 알려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평소 산행을 자주하지 못했기에 더욱 조심스러웠지만 이들이 걷는 덴 결코 '장애'가 없었다. 간혹 등산로가 비에 젖어 미끄러웠지만 연맹 회원들의 손은 그들의 따뜻한 길라잡이가 되기에 충분했다.

계족산 정상인 봉황정에 가까워지자 비는 조금씩 누그러졌지만 주변 풍경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안개가 짙었다. 정상에 도착하자 시각장애인들과 안내를 맡은 산악인들이 서로 손을 잡으며 축하인사를 나누며 기쁨을 함께했다. 참석자 모두는 향기로, 소리로, 마음속으로 정상의 느낌을 맘껏 누렸다.

이번 장애인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임원재 대전 둘레산길 운영위장은 "장애가 있든 없든 간에 다함께 산을 오르며 자연과 한 몸이 되고 같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며 "앞으로 산을 찾기 어려운 이들과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으로 이번 산행에 동참한 산성종합복지관 산악회 김대환(59) 회장은 "직접 눈으로 보지는 못하지만 산에 오르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며 "평소 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안내해줄 사람이 부족해 자주 못 왔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있어 감사하다"며 산행 소감을 말했다.

이번 둘레산길 산행에 참가한 시각장애인들은 대전산악연맹 구조대원들의 도움으로 지난 2007년부터 칠갑산, 대둔산 등은 물론이고 2박3일의 일정으로 설악산을 다녀오기도 했다.

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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