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오늘'은 현대 사회에서 피해자들에게 강요되는 용서와 그 안의 부조리를 한 여자의 상처를 통해 그려낸 이야기로 이 감독의 솜씨가 탁월하다.

자신의 생일날 약혼자를 오토바이 뺑소니 사고로 잃은 다큐멘터리 PD인 다혜(송혜교).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슬픔에 힘겨워하지만 자신만 용서하면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란 생각에 어린 가해자 소년을 용서한다.

그렇게 1년 후 다해는 ‘용서’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다양한 사건의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촬영을 시작한다.

다큐멘터리 제작에는 아버지의 반복되는 폭력행위를 피해 집을 나온 지민(남지현)도 함께한다. 다혜 친구의 동생인 지민은 미국 명문대를 합격해 유학을 앞두고 있지만, 판사 아버지의 상습적인 폭행과 이를 방관하는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를 닮아가는 오빠의 모습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와 다해와 함께 산다. 그러면서 끊을 수 없는 가족의 운명에 대해 괴로워한다. 촬영이 진행 될수록 용서의 의미를 고민하기 시작한 다혜는 자신이 용서해준 가해자 소년을 떠올리게 되고 결국 소년의 행방을 찾아 나서기에 이른다.

소년의 소식을 접한 다혜는 충격에 휩싸인다. 그 소년이 학급 동급생을 살해하고 소년원에 수감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다혜는 자신의 용서가 뜻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혼란과 방황, 죄책감과 분노, 슬픔과 고독을 겪게 된다.

‘오늘’은 약혼자를 죽인 17살 소년을 용서하고 1년 후, 자신의 용서가 뜻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오면서 겪는 한 여자의 혼란과 슬픔, 그리고 그 끝에서 찾아낸 찬란한 감동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과 400만 관객을 불러모은 ‘집으로’를 통해 명실공히 흥행감독으로 관객들의 지지를 받았던 감독 이정향이 메가폰을 잡았다.

현대 사회에서 피해자들에게 강요되는 용서와 그 안의 부조리를 한 여자의 상처를 통해 그려낸 이야기로 이 감독의 솜씨가 탁월하다.

조명, 미술, 음악 등 주요 스탭진과 함께 4개월의 촬영기간 동안 매 테이크마다 심혈을 기울인 뜨거운 열정으로 감각적이면서도 리얼한 영상이 묻어난다.

러닝 타임 119분의 작품은 굵고 잔잔하게 뻗어간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사랑의 상처, 순간의 후회, 용서의 진실 속에서 맞닥트리는 가슴 먹먹한 여운과 감동이 한데 어우러진다.

타의에서 비롯된 용서가 동시에 인간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는지에 주목하면서 사형제도와 가정폭력, 가부장제도의 폐해 등 사회전반의 문제점도 다룬다.

하지만 작품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는 시종일관 무거워 답답함을 자아내고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이 극단으로 흐르는 모습은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못해 단점으로 남는다. 반면 주연을 맡은 송혜교의 연기는 영화에 무난하게 녹아들었다.

사람 사이의 상처와 인간 내면의 고통과 슬픔을 명확하고 깊이 있게 표출하는 등 송혜교는 제 몫을 했다.

이외에도 남지현, 송창의 등 배우들의 앙상블과 새로운 연기 변신이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드라마라는 장르 안에 녹아있는 탄탄한 각본과 감각적인 영상은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줄것으로 보인다.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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