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청 경찰들이 27일 대전 유성의 한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급습해 사용중인 게임기의 기판을 수거하고 있다.정재훈기자 jprime@cctoday.co.kr
“위험합니다. 나오지 말고 들어가세요. 전부 촬영하고 있습니다.”

27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의 한 주택가 인근. 캠코더와 무전기를 든 단속 경찰관이 한 건물 2층 널빤지로 막힌 창문을 통해 소리쳤다. 노래방 간판이 걸린 이 건물 2층 창문은 모두 검게 칠해져 있었고, 건물 옆 주택가 옥상과 가까운 창문만 유독 나무판자로 가려져 있었다.

   
▲대전지방청 경찰들이 27일 대전 유성의 한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급습해 게임을 하던 이용자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정재훈기자 jprime@cctoday.co.kr
대전지방경찰청 생활질서계 불법사행성게임장 단속반이 건물 주위를 에워싼 직후, 나무판자로 위장된 ‘비밀통로’를 뜯어내려는 인기척이 들렸고, 이내 단속반이 큰 소리로 경고를 날렸다.

같은 시각, 불법게임장 입구에서는 단속반원들이 전기 드릴과 해머 등 공구를 이용, 출입문을 뜯어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두께 1㎝가 넘는 강철문은 끄떡도 없었다.

   
▲27일 대전 유성의 한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급습한 경찰관이 오락실업주가 관리하던 기계보관장비목록을 살펴보고 있다.정재훈기자 jprime@cctoday.co.kr
결국 산소용접기로 강철문에 구멍을 내려는 순간, 건물 뒤편 비밀통로를 통해 진입에 성공한 경찰관에 의해 굳게 닫힌 철문이 열렸다. 단속이 나선지 30분 만이다.

열린 문 안으로 110여 대의 게임기가 전자음을 내며 돌아가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어렵사리 연 강철문에는 오락기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방음설비가 된 것은 물론, 5개의 빗장식 잠금장치가 달려있어 산소용접기로도 족히 2시간 이상을 걸릴 것으로 보였다.

   
▲대전지방청 경찰들이 27일 대전 유성의 한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급습해 게임을 하던 이용자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정재훈기자 jprime@cctoday.co.kr
오락실 안에 들어서자 200㎡ 공간에 빼곡히 들어찬 오락기 앞에 앉아 있던 20여 명은 단속 상황이 익숙한 듯했고, 처음 보는 게임인양 시늉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장 안에는 ‘바다이야기’가 아닌 ‘더 파이터(The Fighter)’라는 비행 슈팅이 돌아가고 있었다.

문밖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단속 사실을 알게 된 종업원들이 이미 정식 심의를 받은 단순 게임으로 조작을 해놓은 것이다.

게임장에서 만난 한 여성은 “삶이 무료해 잠시 들렀고, 방금 게임장에 도착해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남성 역시 “친구 소개로 오늘 처음왔는데 불법게임장인지 몰랐다. 그냥 비행기를 맞추면 동전이 나오는 걸로 알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입맞춤(?)은 곧바로 들통이 났다. 오락실 곳곳을 수색하던 단속반은 이날 새벽까지 영업한 흔적이 담긴 영업 장부를 발견했고, 냉장고와 얼음 보관통, 게임기 안에서 현금이 여러 장 나왔기 때문이다. 오락실 한켠에 카운터로 보이는 방 모니터에는 CCTV 5대의 영상이 건물 밖을 비추고 있었고, 화장실 옆 창문은 옆집 옥상으로 도주할 수 있도록 비밀통로까지 마련돼 있었다.

이날 단속된 20여 명 중 종업원을 제외하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런 이유는 기계(게임기)와 ‘도박’을 한 경우 처벌할 수 없는 법의 한계성 때문이며, 경찰은 이날 새벽에 잠입해 촬영한 동영상 자료를 토대로 실 업주를 찾아 처벌할 방침이다.

길재식 생활질서계장은 “주로 유흥가 주변에서 성업하던 불법게임장이 단속이 심해진 틈을 타 주택가로 번지고 있다”며 “조직폭력배의 자금원으로 이용된다는 첩보가 있는 만큼, 철저히 단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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