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궐선거 결과가 정치권에 상상을 초월한 메가톤급 후폭풍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 후보와 범야권 무소속 후보 간의 경쟁이라는 초유의 대결을 벌였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연대 후보가 당선된 것은 민심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메시지’로 풀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코앞에 둔 정치권의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이번 재보궐선거에 대권 잠룡들이 본격 뛰어들어 사실상 총·대선 전초전 구도로 치러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선거 결과에 따른 파장은 대선 구도를 포함한 정치지형 전체를 흔들어 놓는 계기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반면, 서산시장과 충주시장 재선거에선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는 등 서울 이외 지역에선 한나라당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서울시장 선거 결과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였다.

◆정국 요동= 이번 선거의 성적표를 받아 본 대권 잠룡들과 여야 각 정당들의 계산은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여권인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인해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론으로 당 내 갈등이 증폭되는 것은 물론, 당·정·청 간의 마찰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권 유력 잠룡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게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2007년 대선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으로 선거 지원에 나섰지만, 지지 후보가 실패하면서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에도 흠결이 생기게 됐다. 무엇보다도 이번 선거 실패로 그동안 단단하게 유지해 오던 박근혜 지지율에 대한 ‘거품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의 경우 선거 승리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만, 오히려 선거에서 패배한 한나라당 보다 속내는 더욱 복잡해질 수도 있다.

선거의 승리가 ‘민주당의 승리’라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주당을 포함한 기존 정치권에 대한 염증이 박원순 후보의 당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안팎으로 변화의 요구를 받게 될 수 있다.

진석용 대전대 교수(정치언론홍보학과)는 “박원순 후보의 승리는 안철수 효과라고 봐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야당으로 가야 하는데, 야당 역시 여당과 비슷하다고 본 것 같다”며 “여야 모두가 싫은 유권자들의 마음이 안철수-박원순에게 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박원순 후보가 무소속으로 계속 잔류할 경우 향후 총선과 대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시민세력 간의 주도권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야권 잠룡들의 입지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불신 속에서 출현한 ‘안철수 돌풍’이 제3의 정치세력화로 이어질지 여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대전·충남 혼돈= 막판까지 초박빙 승수를 이어오던 서산시장 재선거에서 한나라당 이완섭 후보가 당선되면서 충청정가의 변화를 예고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했음에도 서산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의 승리로 끝난 것은 그동안 대전·충남에서 유독 두드러지던 “박근혜 효과’가 힘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광기 대전대 교수(정치언론홍보학과)는 “충청권에 남아 있는 친박(친박근혜) 정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박원순 후보를 당선 고지로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되는 젊은 층의 참여가 미비한 대신, 지역 내 보수층과 한나라당 지지층의 결집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은 민주당의 패인으로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세종시 및 과학벨트 논란으로 지역 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의 승리를 통해 충남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반면, ‘안방’을 지키지 못한 선진당은 ‘공황상태’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통합 선진당 이후 첫 선거의 패배라는 아픔 보다는 점차 흔들리고 있는 선진당의 기반을 눈을 확인했다는 점이 더욱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공천과정에서부터 잡음을 노출하면서 차성남 후보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지지 표심을 분산시키는 등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선진당의 이번 패배가 혼란으로 빠져드는 악재로 작용할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자극제가 될지는 좀 더 지켜볼 문제다.

민주당의 패배는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지역 정가에선 “민주당이 한나라당이나 선진당의 대안세력으로서의 자질을 보여주지 못했다”라며 “선진당 역시 통합과정의 당내 잡음과 공천과정의 갈등 등을 겪으면서 선진당에 실망한 지지층이 보수층을 흡수된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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