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리운전노동조합이 지난 21일 2차 파업에 돌입하면서 술을 마신 일부 운전자들이 또 다시 귀가 대란을 겪었다.

게다가 이날 지역 곳곳에서 경찰의 일제 음주단속까지 이어지면서 단속에 대한 운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23일 대리운전노조와 일부 운전자 등에 따르면 이날 대규모 파업에 동참한 대리운전 기사는 어림잡아 900여 명으로, 이는 하루 평균 활동하는 기사(1300여 명)의 70% 수준이다.

대리운전 기사 파업으로 전화가 몰리는 오후 10시 이후 보통 60개에 이르던 콜 대기수가 300~500여 개에 육박하면서 일부 운전자들이 한 시간이 넘도록 대리기사를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이날 대전경찰이 지역 곳곳에 음주운전 일제 단속을 벌이자, 운전자들은 대리운전 파업에 맞춘 기획단속이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실제 이날 음주단속에 적발된 운전자들은 취소 15건, 정지 11건 등 모두 26건으로, 이는 지난 8월 1차 파업 당시 10건(정지 4건, 취소 6건) 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통상 하루 평균 음주단속에 적발되는 운전자들이 10명에서 20명 사이인 점을 감안해도 평소보다 많은 운전자들이 단속에 걸린 셈이다.

회사원 천 모(34) 씨는 “음주운전 자체가 잘못된 것은 누구나 알지만 굳이 대리운전 파업에 맞춰 경찰이 단속에 나선 것은 속 보이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며 “음주단속에 적발된 운전자들 중에는 대리기사를 기다리다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은 사람도 있을 텐데 이런 경우 잘못보다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운전자 뿐 아니라 대리운전 노조역시 경찰의 일제단속에 적잖은 불만을 표출했다.

대리운전노조 측은 “업체의 횡포에 맞서 노동자로서의 생존권을 지키고자 파업을 시행한 것인데 경찰의 음주단속과 맞물려 시민들의 불만이 가중되면서 노조 파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며 경찰 단속에 대한 야속한 마음을 털어놨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음주운전 일제단속은 대리운전노조의 파업에 맞춰 실행한 것이 아니라 원래 일주일에 2번 정도 있는 단속 일정과 우연히 일치했을 뿐 이라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대리운전 파업은 언론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주간 계획에 따라 단속을 시행했다”며 "단속 건수를 봐도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별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