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각지에 '걷는 길'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청주시도 '우암산 둘레길' 조성이라는 사업계획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걷기에 전혀 불편이 없는 멀쩡한 도로를 철거하고 새롭게 트레킹 코스를 조성하는 토목공사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여기에 47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해지자 둘레길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혈세낭비 사례가 될 것이란 비판이 뒤를 잇고 있다. 이 도로의 이용객과 교통량을 감안할 때 비효율적인 예산투입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18일 청주시에 따르면 지역의 대표 휴식공간인 우암산에 오는 2013년 말까지 총사업비 47억 원을 들여 8㎞ 구간의 둘레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 7월부터 기본구상에 착수, 국립청주박물관~용호사~옛 용담파출소~삼일공원을 잇는 구간의 현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우암산을 한바퀴 돌 수 있는 숲길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특히 현재 양방통행의 자동차 위주로 이용되고 있는 우암산 순환도로(삼일공원~우암산터널) 구간은 일방통행으로 변경하고, 기존폭 1.5m의 보도를 4m 이상의 보도와 자전거도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명암저수지~산성간 연결도로 개설에 따라 지방도 기능이 폐지된 산성 옛도로가 철거되고 산책로가 조성되면 이와 연계해 청주를 대표하는 대단위 걷는 길을 완성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시의 우암산둘레길 조성계획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우암산 순환도로 변경계획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만만치 않다.

일반적으로 산책을 위한 길로 거주지역이나 명소 따위의 주변에 자연적으로 생성된 길을 활용하는 둘레길이 아닌 사실상 대규모 토목공사에 가깝다는 것이다. 실제 우암산둘레길 조성사업의 전체 예산 47억 원중 상당액이 우암산 순환도로 변환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산성 옛도로처럼 도로 효용성이 감소된 상황도 아니고 주말 교통량 등을 감안했을 때 예산낭비는 물론 민원발생 소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최충진 시의원은 "순환도로를 코스에서 과감히 제외하고 자연발생적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최대한 연계하면 10억 원으로도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다각적인 논의없이 즉흥적이고 졸속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피력했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일반적인 둘레길의 취지를 살린다면 평소 이용량 등을 감안했을 때 기존 보도를 콘크리트 블록에서 발목 등에 무리가 덜가는 투스콘으로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산성 옛도로처럼 도로 효용성이 떨어졌다면 철거 내지는 변환이 필요하겠지만 우암산 순환도로의 경우는 인위적인 둘레길 조성에 따른 예산낭비가 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시민 엄경애(70·청주시 상당구 우암동) 씨는 "평소에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든데 굳이 멀쩡한 도로를 뜯어내고 수십억 원을 들여 자전거도로 등을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며 "남들이 하니깐 따라하고 내 돈 아니니까 물 쓰듯 한다고 밖엔 생각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우암산 순환도로 변환은 도로를 보행자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의 개발이 아닌 개선에 목적을 두고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 검토단계인 만큼 향후 전문가 자문, 여론수렴 등을 통해 사업방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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