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체육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충북은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경기도 일원에서 펼쳐진 제92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지난해와 같은 종합 12위를 기록했다. 제주도를 제외하고 가장 적은 예산으로 낸 성적이면 양호한 것 아니냐는 일부 의견도 있다. 하지만, 충북 체육이 그 동안 변화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현실 안주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시종 지사가 취임과 함께 도 간부 공무원을 체육회 사무처장에 임명하면서 체육회사무처에 대한 개혁을 기대했으나 “변한 것은 체육인들이 맡아 온 사무처장 자리를 빼앗은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는 말까지 나온다. 충청투데이는 이번 전국체전을 중심으로 충북체육의 문제와 발전방향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변화 없는 체전 전략

이번 전국체전에서 충북은 금 37, 은 39, 동 68개 등 총 143개의 메달에 종합점수 2만 7505점을 획득하며 12위에 올랐다. 애초 충북은 종합점수 3만 점에 10위 진입을 목표로 했다.

엘리트체육은 철저한 지원의 싸움이다. 누가 얼마나 많은 지원을 했느냐에 따라 성적이 갈린다. 하지만 지원 외에도 지도자의 능력과 열정, 선수의 기량, 새로운 전략에 따라 성적이 바뀌기도 한다.

충북은 열악한 도세때문에 획기적인 지원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충북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 수립 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체전을 앞두고 충북체육회가 마련한 새로운 전략은 없다. 기존 준비 방법만 답습했을 뿐이다. 체육회 내부에서도 “바뀐것은 기원제 날짜 뿐”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세부적으로는 전력분석도 문제가 있었다. 충북이 이번 체전에서 성적 향상을 기대했던 것은 단체종목에서 대진운이 좋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믿었던 단제종목에서 1차전 탈락이 속출했다.

충북체육회는 전국체전 대진추첨 후 다음날 각 경기단체로부터 전력분석을 보고 받는다. 전력분석 방식은 대진표 상에서 승리팀과 패배팀에 O, X를 표기하는 방식이다. 각 경기단체 실무자의 주관적 직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비해 최근 전국소년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충북도교육청은 대진추첨 후 충분한 시간을 준 후 치밀한 전력분석을 요구한다. 최종 성적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이 충북의 전략이라고 하지만, 이는 수십년동안 이어져온 레퍼토리”라며 “충분한 지원을 통한 전력향상이 어렵다면 새로운 방법을 마련해야하는데 충북체육은 지난날의 답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쇠한 충북체육

이번 체전을 앞두고 충북체육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충북체고를 졸업한 충북의 자원이 각각 전북과 경남으로 빠져나갔다. 이들은 체고 재학 시절과 일반부에서도 상당한 메달을 획득했던 선수들이다. 문제는 이들이 충북을 빠져나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 종목 관계자에 따르면 이 선수들과 부모들은 충북에서 타 시·도보다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없지만 큰 차이만 없다면 고향팀에서 뛰고 싶어했다. 이들이 타 시·도로 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은 60대 지도자의 지도방식에 따른 갈등 때문이었다.

충북체육회의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이사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배체육인으로서 마땅히 존중을 받아야 하지만 지원과 후원은 없이 편을 가르며 지나치게 현장을 간섭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체육에 대한 특별한 애정없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이사를 맡고 있는 인사들로 인해 체육회가 흔들리고 있다. 때로는 새로운 변화에 제동이 걸리기도 한다. 홍승원 사무처장 취임 후 개혁의 일환으로 논란이 컸던 사무차장직을 없애는 안을 들고 나왔지만 이사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따라서 체육회 운영의 일대 변혁을 위해선 걸림돌이 되는 이사회에 대한 전폭적인 물갈이가 선행돼야 한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체육지도자는 “지금의 선수들은 예전같이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훈련하려 들지 않는다”며 “바뀐 선수들에 맞게 새로운 지도자가 새로운 방식으로 지도해야 하는데 선배들의 눈치보기에 급급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50대 체육관계자의 고백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은퇴를 얼마 남기지 않은 체육인들의 모임에 갔는데 은퇴 후에는 현장에 관여하지 말자고 다짐하더라”라며 “선배체육인들의 눈에는 답답할수도 있겠지만 지금 현장에서 뛰고 있는 지도자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선배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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