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의 선봉 역할을 하고 있는 청주지역 주민자치위원들이 청주시와의 소통과 협의의 단절에 대한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화합과 소통을 강조하며 출범한 민선5기 청주시가 오히려 일방적 행정 추진과 무관심으로 일관, 주민자치 퇴보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청주시의 경우 30개동에 각각 25명 내외로 활동중인 주민자치위원들은 동(읍, 면)의 일반적인 행정을 제외한 전반적인 일을 주민 자체적으로 결정하고 이끌어가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방의회와 함께 지방자치를 이끄는 두 축이라는 점에서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에 행정기관과의 긴밀한 관계가 요구된다.

그러나 민선5기 들어 청주시가 이들을 지방자치를 이끄는 구성원이 아닌 정치세력으로 규정짓는가 하면 각종 행정참여에 제외하는 행보를 보이자 주민자치위원들이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12일 일부 주민자치위원 등에 따르면 민선5기 들어 각동 주민자치위원장으로 구성된 주민자치위원협의회와 청주시 집행부간 교류가 사실상 전무하는 등 소통과 협의가 단절됐다는 전언이다.

실제 매달 열리는 주민자치위원협의회 회의 때 시장, 담당국·과장 등이 수시로 참석해 주민의견 수렴에 적극 나섰던 민선4기와 달리 민선5기 출범 이후 최근 1년간 시장을 비롯한 집행부 관계자들의 회의 참석은 2~3차례에 그쳤으며 그마저도 인사말 이후 자리를 뜨는 인사치레에 불과했다는 설명이다.

또 한 특정간부는 일부 주민자치위원장을 특정 정당 성향으로 규정짓고, 해당 동장들에게 특별관리를 지시했다는 후문까지 전해지면서 주민자치위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공무원이 현 시장의 소속당과 적대관계에 있는 당 성향을 띤 인물들을 배척하는 정치적 행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자치위원장은 "대우를 받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협의체계를 가질 수 있도록 함께하는 자리를 갖자는 것"이라며 "주민 스스로 하는 것이 주민자치의 원칙이지만 행정기관의 보조가 뒷받침돼야만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주민자치위원장은 "주민자치위원을 봉사자로 보지 않고 정치 세력화로 보는 일부 시선을 불식시키기 위해 협의회 차원에서 자정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런 와중에 시청 간부가 주민자치위원들의 협의기구인 협의회를 조례에도 없는 단체로 치부하고 직접 나서 정치성 지침을 내렸다면 이는 명백한 주민자치 폄하로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재구 청주시주민자치협의회장은 "과거 민선4기에는 청주시와 업무협조가 잘 됐는데 민선5기 들어 아쉬운 점이 많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주민자치의 근간이 되는 협조관계가 달라진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결국 단체장의 의지 탓으로 더 나은 주민자치를 위한 관심과 파트너십의 회복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원칙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데 월례회의 때마다 시장을 비롯한 집행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느냐"며 "특별한 사안이 있어 집행부의 참석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응할 것으로 소통의 단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창해 기자 widesea@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