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희망이란 생각에 장기까지 내놓으려 했건만 결국 사기라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대전에 사는 박 모(33) 씨는 사업 실패 후 살 길이 막막하던 지난달 우연히 들른 서울역 화장실에서 ‘신장을 삽니다’라는 문구와 전화번호가 적힌 스티커를 발견했다. 마지막 선택을 한 박 씨는 절박한 심정에 전화를 걸었고, 전화 속 안내에 따라 인근 병원에서 피를 뽑고 간단한 검사까지 받았다.

전화 속 남성은 “신장이 맞는 사람을 확인하려면 조직검사를 해야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 돈을 입금하면 최대한 빨리 찾아주겠다”며 급행료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고, 박 씨 역시 여기저기 돈을 빌려 200여만 원을 보냈다. 그러나 이 남성은 돈을 받은 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처럼 절박한 사람들에게 장기를 팔아주겠다고 속여 돈을 받아 챙긴 50대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장기를 사고파는 일은 모두 불법이지만, 피해자 역시 이를 알면서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대전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1일 전국의 터미널과 역, 종합병원 등의 공중화장실에 장기매매를 유도하는 스티커를 부착, 이를 보고 전화를 건 피해자로부터 수천만 원을 가로챈 혐의(상습사기)로 조 모(47) 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지난 9월 23일 장기매매 알선 스티커를 본 뒤 연락한 박 모 씨에게 “신장을 1억 2000만 원에 팔아주겠다”고 속여 검사비 명목으로 250만 원을 입금 받는 등 지난해 6월부터 올 9월까지 1인당 20만 원에서 100만 원씩 80여 명으로부터 모두 47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다.

조사결과 조 씨는 또 수십여 개의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사용하며 경찰 추적을 피해왔고, 지난 2004년 비슷한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러 구속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수사결과 밝혀졌다. 경찰은 조 씨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이 160여 명에 피해액만도 8000여만 원에 이른다는 조 씨의 진술을 토대로 여죄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는 모두 절박한 상황에 놓은 서민들로, 조 씨가 요구하는 검사비가 없어 지인에게 돈을 빌리거나 최후의 생계비인 기초생활수급비를 보낸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조 씨는 폐지를 주워 하루하루 생활하는 장애인까지 피해자로 삼은것이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조 씨는) 피해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속을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등 치밀한 수법을 사용했다”면서 “화장실 등에 붙은 장기매매 연락처는 99%가 사기인 만큼 절대 속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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