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움직이면 구태 정치인으로 찍히니 가만히 있을 수밖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비롯된 ‘탈(脫)정치인 바람’에 내년 4·11 총선 출마 예비주자들이 얼어붙었다. 소위 ‘안철수 신드롬’으로 기존 정당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혐오와 반발이 확인되고, 여기에 탈정치인 바람까지 더해지면서 총선 예비 후보자들은 잠행 수준으로 몸을 낮추고 민심의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내년 4·11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A 씨는 계획했던 10월 이후 일정 모두를 잠정 보류했다. 예전 같으면 총선을 6개월여 앞둔 현 시점에서부터 각종 행사나 모임 등을 기획해 선거 열기를 지펴야 하지만,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선거 계획을 전면 중단한 것이다.

A 씨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탈정치 바람이 일고 있는 것을 보면서, 괜히 무슨 행사라도 한다면 구태 정치인으로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10·26 재보궐 선거 결과를 본 후 선거 계획을 재수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당 소속 예비주자들의 행동은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가뜩이나 기존 정당 정치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어설프게 “○○○당 소속으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거나, ‘정치인의 이미지’를 보였다간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총선 예비 후보인 B 씨가 평소 그림자처럼 함께 다니던 수행원 2명을 개인 사무실 직원으로 돌리고, 얼마 전부터 혼자 걸어서 다니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 탓이다. 그는 하루의 동선도 행사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 대신 10여 명 안팎의 소모임을 위주로 새롭게 짰다.

B 씨는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려면 수행원이 필요하지만, 이들을 대동하고 행사장에 나타나면 유권자들은 기존의 무게만 잡는 정치인을 연상할 것 같아 혼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B 씨는 또 “세몰이 차원에서 모임을 조직하거나 행사를 추진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일부 총선 예비 후보자들은 아예 유권자 접촉을 자제하고 부담도 덜하고 향후 당 내 경선도 대비한 당원 교육에 집중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정당 관계자는 “국회 하한정국이 끝나면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안철수 바람이 일면서, 또 다시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라며 “당 차원에서 행사를 추진하기도 분위기가 좋지 않지만, 예비 후보들도 움직이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탈정치인 바람이 어떤 방식이든지 내년 총선에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 시장 선거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총선 예비주자들의 선거 공략 계획도 전면 수정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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