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을 맞아 지역 곳곳에 심어진 은행나무 가로수에서 은행 열매가 떨어지고 있지만, 해당구청의 관리 소홀로 ‘민폐’의 상징이 되고 있다.

특히 인근 도로와 인도에 떨어진 열매가 차량과 사람에 밟혀 생긴 지저분한 자국은 물론 특유의 악취까지 풍기면서 지나는 주민들의 피해 역시 적지 않다.

실제 11일 오후 서구 복수동의 한 도로변은 은행나무 가로수에서 떨어진 열매들이 차와 행인에게 밟혀 뭉개지면서 도로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게다가 악취와도 흡사한 냄새가 곳곳에 진동하면서 지나는 행인들의 대부분이 짜증 섞인 얼굴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주민 최 모(47) 씨는 “은행 열매를 따가지도 못하게 하면서 왜 빨리 치우지도 않는 거냐”며 “차라리 근처 주민들에게 따가라고 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인데 너무 야박하게 구는 것이 아니냐”고 불쾌해 했다.

이날 각 구청 등에 따르면 대전지역에 심어진 은행나무 가로수는 모두 2만 5000여 그루로, 이 중 열매가 열리는 암나무는 7000여 그루에 이른다. 은행나무는 보통 10월이면 열매가 노랗게 익어 수확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각 구청은 매년 9월말부터 10월까지 은행나무 열매를 수확해 인근 노인정이나 복지시설 등에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하지만 그 수가 너무 많고, 인력이 부족해 수확을 전담하는 주민센터 내 자생단체나 노인일자리 사업 등을 통하지 않고서는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가로수는 구청의 재산이기 때문에 일반 주민이 열매를 따는 행위 역시 위법행위에 해당해 떨어진 것조차 주워갈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매년 이맘때면 수확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도로 곳곳이 은행나무 열매 폭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매년 은행 수확에 들어가는 인력과 예산문제를 생각하면 앞으로 은행나무 가로수 조성 시 수나무만 골라서 심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문제가 지속되자 전라도 광주 일부 지자체에서는 은행나무 가로수 열매를 인근 주민과 공익목적의 사회단체에 신청을 받아 채취를 허락하고 있다.

가장 많은 은행나무 가로수를 보유하고 있는 서구 관계자는 “우리 지역의 경우 은행나무가 보통 큰 도로가 옆에 자리 잡고 있어 안전상 문제와 가로수 훼손 등으로 주민 채취를 허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미 9월 말부터 통장협의회 등을 통해 수거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달말까지 주민 불편이 없도록 모두 채취 하겠다”고 해명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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