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향토기업인 ‘충북소주’의 앞날에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롯데주류가 충북소주를 인수한 뒤 여전히 향토 브랜드 제품(시원한 청풍 등)에 대한 생산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역 내 수요가 많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향후 지속적인 생산을 확신할 수 없고, 최근 새롭게 신설할 공장 생산라인은 롯데주류에서 주력으로 밀고 있는 ‘처음처럼’의 생산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충북소주’의 향토 브랜드는 아예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9일 도내 주류업계에 따르면 충북소주는 오는 2014년 완공을 목표로 청원군 내수읍 공장 내 신규 공장증설을 계획했다. 이 공장이 증설될 경우 현재 소주 생산량의 3~4배정도를 더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충북소주는 전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규로 건립될 공장은 도내 주류업계에서 선도적 위치를 장악함은 물론 전국에 롯데주류의 주력상품인 ‘처음처럼’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초기지적 성격을 띌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주류의 주류시장 점유를 위한 노력은 다각도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과 달리 충북소주 자체 브랜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사업구상은 전무한 실정이다. 또 롯데는 현재 OB 맥주 청원공장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충주지역에 10만 평 정도의 부지를 매입, 제 2공장을 만들기 위한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롯데는 공공연히 맥주사업에 나설 것을 공언한 바 있다. 실제 롯데는 연내 맥주사업에 진출하면서 주류사업 통합을 마무리 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 아사히주류의 지분 85%를 갖고 있어 합병에도 걸림돌이 없는 상태다. 공격적인 사업추진과 달리 지역사회를 위해 공헌하겠다던 초심도 찾아볼 수 없다. 롯데 인수 전 해마다 활발한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벌여오던 것과 달리 현재 충북소주에 모습에선 지역 향토기업으로서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의 공격적 사업추진과 맞물려 충북소주 존폐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실제 지난 2008년 푸르밀(옛 롯데우유) 신준호 회장이 3000억 원의 차익을 남기고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향토기업인 대선주조를 사모펀드로 넘긴 '먹튀'행위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한 때 부산 소주시장 점유율 95%를 자랑하던 대선주조의 점유율은 50%대로 하락하는 등의 손해를 입었으며, 당시 분노한 부산 시민단체들은 롯데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충북소주 관계자는 “향후 청원 공장을 통해 주력 생산할 브랜드에 대한 어떤 방침도 구체적으로 세워진 바 없다”며 “다만 충북소주 자체 브랜드인 시원한 청풍에 대한 생산은 지속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롯데그룹 내 맥주시장 진출을 위한 방침이 선 것은 사실이지만 충주지역 부지매입 등 제2공장 설립은 검토 중인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