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에서 촉발된 장애인 성폭력 문제가 사회 전반에 걸쳐 파장을 불러오면서 최근 관련법 개정 등의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경찰 역시 관련 사건의 엄정한 수사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종합 치안계획을 내놨으나, 재탕·삼탕의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국무총리실과 법무부, 경찰청 등은 도가니의 실제 장본인인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대상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성범죄 관련 교직원과 학생에 대한 처벌 강화 △장애인 성폭력 범죄 유형 세분화 △장애인 강간죄 법정형 확대 및 친고죄 폐지 △여성·장애인 전담조사팀 편성 △피해자 상담·치료·보호 전문기관 확충 등이다.

이 가운데 경찰은 이달 중 전국 장애인 교육기관 종사자 8600여 명의 성범죄 경력을 조회해 퇴출하는 방안과 성폭력 전담팀을 편성하고, 원터치 SOS 시스템을 장애인까지 확대 운영키로 했다.

또 보건복지부와 합동으로 다음달 11일까지 특수학교 등 장애인 생활시설에 대한 인권 실태 조사해 성폭력 사실 확인 시 즉각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번 대책 중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성폭력전담수사팀 편성이다. 이는 전국 경찰서 2~4개를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전원 여경으로 구성된 전담팀이 상시 성폭력 피해자 조사 및 NGO 연계 등 피해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하지만 이 대책은 시행 초기부터 인력의 중복배치 등 기존 기능의 재탕에 불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 대전을 비롯한 주요 광역시는 전담팀과 유사한 원스톱지원센터는 물론 지방청 1319수사팀, 경찰서별 전문 수사인력이 지정·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비슷한 기능을 하는 전담팀을 편성할 경우 부족한 경찰력이 낭비되거나, 오히려 수사가 이원화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또 충남이나 충북과 같은 농촌지역은 거리상 신속한 지원이 어렵다는 점에서 2~4개 권역을 묶어 거점 전담팀이 꾸려질 예정이지만, 이 대책 역시 미봉책이라는 의견이 많다.

성폭력의 경우 사건의 인지단계부터 정액과 타액 등 신속한 증거자료 확보, 피해자 보호 및 맞춤형 수사 등 기능별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 수사관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도 단위 지역은 각 기능을 담당하는 전문병원은 물론 상담기관 등 NGO가 전무한 곳이 많아 광역권 전담팀을 꾸려도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실효성 없는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해 기존 전담기구의 인원 확대, 전문병원과 NGO 등의 연계기관 인프라 확충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전경찰 관계자는 “성폭력 사건은 암수(暗數) 범죄가 많아 수사기관보다 NGO나 전문병원 등을 통해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대책은 큰 틀의 추진 계획에 해당하며 지역별·상황별 실정에 맞는 세부 내용이 조만간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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