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국감이 참 수월하네요. 국감에 앞서 한 달 이상 밤을 새가며 준비했는데 이렇게 끝나니 허탈합니다.”

충남도와 충남지방경찰청에 대한 국회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의원들의 무성의로 행태로, 무늬만 국감으로 전락했다.

특히 국감의 백미인 ‘송곳질의’는 온데간데 없고, 의원들이 지각을 하거나 오히려 칭찬일색의 화기애애한 간담회 자리로 진행됐다.

5일 오전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2시간가량 진행된 이번 국정감사에는 양 피감기관이 합동으로 감사를 받는 ‘병합감사’ 형태로 이뤄졌다.

통상 오전과 오후로 나눠 실시하던 예년과 달리 두 기관이 함께 국감을 받게 되자 상대적으로 질의 시간이 부족해 날카로운 지적보다는 격려와 당부성 발언만 남발됐다.

게다가 국감 시작인 오전 10시에 맞춰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낸 의원은 감사반장인 백원우(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7명에 불과했고, 1시간가량이 지나서야 3명의 의원이 도착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속 A 의원은 아예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가뜩이나 빠듯한 일정임에도 양 기관 업무보고에 45분이 허비됐고, 의원 한 명당 7분으로 정해진 질의시간도 기관장의 덕담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하거나 서면질의로 대체하기도 했다.

또 국감 내내 자리를 이탈하는 의원이 속출하는가 하면 첫 번째로 질의를 마친 B 의원은 시작 1시간 만에 자리를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

일부 의원들은 안 지사의 지도력과 소신 있는 정치 및 행정력을 칭찬하는가 하면, 되레 의원이 나서 국비확보에 힘써주겠다는 약속까지 하는 등 잘못된 행정을 질타하는 국감의 취지를 무색케했다.

충남경찰에 대한 질의에서도 유성기업 사태 외에는 성폭력 사건 증가나 농축산물 절도 문제, 112출동 지연 등의 판에 박힌 질의만 이어질 뿐 국감에 앞서 100여 건의 자료를 요구했던 열정은 온데간데없었다.

특히 이날 오후 내포신도시 시찰 등을 이유로 감사 일정을 축소해 2시간 만에 두 개 기관의 감사를 처리했지만, 정작 현장 시찰에 참여한 의원은 단 2명뿐이었다.

결국 나머지 의원들은 이날 오후 4시 10분까지 예정된 국감일정을 반도 채우지 않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져 의원스스로 국감에 대한 진정성이 퇴색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실제 충남도 선진공무원노조는 이날 오전 국감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식적인 국감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지자체는 매년 자체감사를 비롯해 지방의회 감사, 정부 합동 감사, 감사원 감사 등 중복적인 감사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국정감사까지 받으면서 공직 본연의 행정서비스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충남도 한 관계자는 “국감 때만 되면 자료 준비로 밤을 새는 일이 허다하다”면서 “정작 형식적으로 끝나는 국감 탓에 적잖은 행정력 낭비가 초래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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