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비 인상 추진을 강행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충북도의회가 이번에는 ‘외유성’ 해외 연수에 나서 도마에 올랐다. 특히 연수를 떠나는 의원들이 체육진흥에 관한 사무를 다루는 상임위 소속 의원들로, 외유기간이 전국체전과 맞물리면서 ‘직무유기’라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주민비난 외면한 행보 계속

5일 충북도의회 등에 따르면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도의원 6명 가운데 5명은 공무원 4명과 함께 6일부터 12일까지 5박7일 일정으로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유럽 2개국을 여행할 예정이다. 경비는 1인당 410만 원으로, 이 중 279만 원은 충북도 예산으로 충당한다.

연수목적은 의정활동에 필요한 견문을 넓히고 친환경도시정책과 친환경시설에 관한 자료를 수집한다는 것이다.

의회 관계자는 “애초 올 4월에 연수일정을 잡았으나 구제역 파동으로 가지 못해 부득이하게 가을로 미뤄졌다”며 “상임위별로 격년제 연수를 다녀오도록 돼 있는데다, 다른 상임위는 모두 다녀오고 행정문화위원회만 여태껏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정을 살펴보면, 둘째 날 오스트리아 조정연맹본부와 헤르만-그마이너 맞춤형공원 방문, 셋째 날 세계문화유산 노이지들러 호수 견학, 넷째 날 친환경도시 할슈타트 견학, 다섯째 날 스위스 취리히 하수처리장 방문, 여섯째 날 스위스 질바트 자연생태공원 견학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호수와 자연생태공원 등 유명 관광지 방문이 대부분이지만, 하나같이 '견학'으로 포장돼 있는 셈이다.

특히 하수처리장과 쓰레기 소각장 방문은 현지 여행사를 통해 잡은 단순 '견학'으로 알려졌고, 친환경 도시인 할슈타트 견학은 해당 기관과 구체적인 일정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의회 관계자는 “해당 시장과의 면담 등 공식일정은 대사관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보니 잡지 못했다”면서 “도의원들이 시청을 찾아 ‘2013 충주 세계조정선수권대회’ 홍보물을 전달하고 관련 자료를 받아 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공식 일정은 둘째 날 오후와 다섯째 날 오후 등 사실상 단 하루에 불과하다.

친환경 도시정책을 배우겠다는 해당 상임위의 설명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외유성 논란이 이는 대목이다.

◆연수시기도 부적절

의원들의 연수시기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지배적이다.

연수기간인 6일부터 12일까지는 제92회 전국체전 기간이다. 전국체전은 6일 개막해 12일까지 1주일간 경기도 고양시 일원에서 열린다. 충북은 45개 종목에 1463명의 선수단을 파견해 2004년 종합 3위 이후 7년 만에 최고 성적에 도전한다.

특히 5일 사전경기로 열린 우슈 경기에서 왕종묵(비룡관)이 남고부 태극권전능에서 은메달을, 안혁진(비룡관)은 남고부 산타 56kg급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강윤식(충북협회)은 남일부 산타 65kg급 4강에 진출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충북체육의 업무를 심도있게 파악하고 체전준비부터 진행과정까지 꼼꼼히 살펴 향후 개선방안 등을 제시해야 할 도의원들이 본래의 업무는 뒷전인 채 외유를 고집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게 중론이다.

집행부 한 관계자는 “의정비 인상 추진으로 도민은 물론 공직사회에서도 눈총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연수를 가야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혈세낭비를 감시해야 할 도의원들이 되레 외유에 나선다는 것은 도의원 배지를 달아 준 도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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