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서남표 총장과 극한대립을 보이던 교수협의회가 총장 퇴진을 결의했다. 교수협은 어제 성명서를 통해 "지난 4월 교수협회장과 서명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혁신비상위원회 결의안을 불이행한 책임을 물어 퇴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퇴진 사유로는 대학평의회 미설치, 학교연구사업 관련 총장의 특허 보유, 교과부 감사 지적 등 학교운영의 포괄적 책임과 새로운 리더십 미비를 거론했다.

교수협은 지난 26일부터 3일간 회원교수 369명(70.7%)이 참여한 가운데 '혁신위 결의안 실행'에 대한 교수들의 뜻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84.6%(312명)가 '합의서 내용 그대로 위원회 결의안을 즉시 수용해야 한다'고 했고 63.4%(234명)는 서 총장이 합의내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물어 퇴진해야한다고 답했다. '대학평의회' 구성과 관련해서도 84%(310명)의 응답자가 즉시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학교 측은 '서 총장 퇴진 요구는 전체 교수의 과반수도 안 되는데다 직원과 학생들의 입장은 빠진 것'이라고 부정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카이스트의 끊임없는 내홍이다. 지난해엔 총장 연임여부를 놓고 이전투구를 하더니 올해는 네 명의 학생과 한명의 교수가 자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본보가 여러 차례 사설란을 통해 카이스트 사태를 지적한 것은 이 문제가 그들만의 갈등이 아니라 우리 대학들이 안고 있는 불통의 문제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카이스트는 수학·과학 영재의 상징이자 공부 잘하는 상위 1%가 다니는 교육 산실이다. 이런 촉망받는 대학에서 허구한 날 대립과 갈등으로 시간을 허비해서야 되겠는가. 총장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 정책에 대한 유·무형의 반발과 부작용이 적절한 여과장치를 거치지 못해 불거진 불행한 결말에 다름 아니다. 총장이나 교수협, 그 어느 쪽도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무한 경쟁주의, 인성·전인교육의 부실, 소통의 문제가 어디 한 쪽만의 잘못인가.

모든 수업을 영어로 한다고 국제경쟁력이 높아지거나, 총장을 퇴진시킨다고 학내 분위기가 갑자기 쇄신되는 것도 아닐 터다. 섣부른 책임론과 감정적 희생양을 찾기보다는 양보와 타협의 미덕을 발휘해 서로가 수긍하는 대안이 나와야겠다.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설득할 것은 설득하고 문제점은 과감히 고치는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해야한다.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카이스트의 진정한 주인은 학생이다. 학생을 불행하게 하는 명문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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