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관광청이 국내 여행사와 항공사에 경비 일부를 지원하는 등 한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러브콜이 뜨겁다. 일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지금이 기회다. 사진은 후쿠오카 타워에서 바라본 후쿠오카 시내 전경. 후쿠오카=나인문 기자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 일본!’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지만 한국인들에게 지울 수 없는 역사적 상처를 남기고도 미안하다는 말은 ‘통석의 염(痛切な反省と心からのおわび)’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피해가는 나라.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독도 문제를 들고나와 온 국민을 공분케 하는 나라.

일본은 그만큼 식민지배 등 불행한 과거사 문제로 인해 가까운 이웃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일본인의 열정은 매우 인상적이다. 거리의 교통표지판에는 한글이 병기돼 있고, 대다수의 관광안내소에는 한글로 적힌 팸플릿이 비치돼 있다.

특히 쓰나미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급격히 줄어든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일본관광청이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여행사와 국내 항공사에 경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등 여느 때와 달리 러브콜도 뜨겁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일본여행은 각별하고 놀랍다. 혈관 깊숙이 바깥 세상에 대해 동경한다면 지금이 기회라는 얘기다.  

   
▲ 후쿠오카 타워에서 바라본 일본 부촌(富村)의 모습(한화 15억 원 가량의 주택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거리마다 차량이 즐비하지만, 경적소리가 나지 않는 나라. 국민 모두가 ‘친절’이 몸에 밴 나라. 늘 미소 띤 얼굴로 곤니찌와(こんにちは), 곤방와(こんばんは)를 외치면서 먼저 인사를 건네는 일본에서 두발로 느끼는 시간여행은 그래서 더욱 이채롭다.

대전발전연구원 이창기 원장과 이형복 연구위원, 중부대 인테리어학과 양우창 교수(한국FM학회 도시조명디자인위원장), 목원대 정보통신공학과 이현태 교수(방재정보통신지역혁신센터장)와 함께 후쿠오카(福岡) 공항에 도착한 것은 지난 20일 오후.

이번 방일의 목적은 후쿠오카 아시아도시연구소를 방문해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7대도시’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 1위’로 선정된 후쿠오카의 면면을 벤치마킹하기 위한 것이다.  

   
▲ 후쿠오카 전망대에서 한 컷(사진 왼쪽부터 양우창 교수, 나인문 기자, 이형복 연구위원, 이창기 원장, 이현태 교수)

특히 지난 2월 대전발전연구원과 연구교류협정을 체결한 후쿠오카 아시아도시연구소와 공동연구 및 인적교류를 통해 아시아는 물론, 세계를 선도하는 '안전 으뜸도시'로 동반 성장하기 위해 실증적인 논의를 벌이기 위한 취지에서다.

그래서인지 2박3일의 일정은 도시안전, 도시계획, 방범, 방재, 인간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에 대한 논의 및 간담회로 애초부터 외유(外遊)와는 거리가 먼 일정의 연속이었다.

잠시나마 일상을 벗는다는 생각과 이국땅에 대한 낯섦이 묘한 카타르시스를 자극했지만, 모든 여정이 도시공학 등 낯선 영역에 대한 탐구로 짜여 있어 때아닌 열공에 빠져들었다.

공교롭게도 지난 여름, 아내와 두 아들을 모시고(?) 후쿠오카로 휴가를 다녀온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또다른 명소를 엿보는 것은 애초부터 몽상(夢想)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후쿠오카 시청과 재해대책본부, 아시아도시연구소, 시민방재센터를 오가며 도시정책에 대해 토의하고 그들의 선진시책을 탐닉하기 위한 일행들의 열정이 그만큼 진지했기 때문이다.

낙양이 뉘엇뉘엇 서산으로 기울어 온몸이 녹초가 될 무렵, 만찬과 함께 식탁을 점령한 사케(도부로쿠·どぶろく)와의 만남이 그나마 일본땅에 있다는 것을 실감토록 했다(한국에서도 사케가 보편화돼 있긴 하지만).

대전과 비숫한 150여 만명의 인구가 사는 후쿠오카(유동인구까지 감안하면 350만~400만 명으로 추산)는 볼거리가 많기로 유명하다.  

   
▲ 후쿠오카 박람회가 열렸던 인공해변 시사이드 모모치.

캐널시티(キャナルシテイ), 큐슈 최대의 쇼핑 천국 텐진(天神), 큐슈 교통의 중심 하카타(搏多)역 주변, 후쿠오카 박람회가 열렸던 인공해변 시사이드 모모치(シ-サイド ももち), 선술집이 즐비한 나카쓰(中洲)를 비롯해 연간 14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후쿠오카의 모세혈관 곳곳을 누비기에 2박3일의 일정은 짧을 수밖에 없다.

서일본 경제의 거점인 후쿠오카는 인천공항에서 항공편을 이용하지 않고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서 고속선인 ‘토비(비틀)’를 타고 건너도 2시간 55분이면 하카타항에 다다를 수 있어 한국에서 선박으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대도시다.

건물 안으로 운하(canal)를 끌어들여 쇼핑공간이 갖는 단조로운 도시성을 극복한 캐널시티는 후쿠오카를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코스. 1996년 완공한 캐널시티는 80m의 운하를 따라 호텔, 쇼핑점, 극장, 식당들이 지하 1층에서 지상 5층까지 다양하게 자리하고 있는 복합 문화시설이다. 특히 캐널시티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고 백남준의 작품이다. 현해탄을 건너 후쿠오카에서 만난 한국인의 손끝 작품이 몸속에서 뜨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텐진은 하카타역에서 지하철로 5~6분 거리에 있는 후쿠오카 최대의 번화가다. 특히 400m에 이르는 지하상가에는 수백여 개의 상점들이 늘어서 있고 지상에는 다이마루, 미츠코시 등 7개의 대형백화점이 있어 후쿠오카 패션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나카쓰의 밤거리는 일본인 특유의 조용함이 밤이 되면 화려함으로 바뀐다. 나카쓰의 야타이(포장마차)는 오후 6~7시 정도에 문을 열어 오전 3~4시까지 영업을 한다. 나카쓰 강을 따라 줄지어 서 있는 야타이의 주 메뉴는 오뎅, 야끼소바, 우동, 꼬치, 라멘.

   
 
1989년 하카타박람회 때 세워진 높이 234m의 후쿠오카 타워는 해변타워로는 일본 제일의 명물이다. 반투명 유리를 통해 후쿠오카 시내의 전경을 한 눈에 조망해 볼 수 있다.

일본 최초의 지붕개폐식 다목적 돔인 혹스타운(야후돔·ホ-クスタウン-)은 후쿠오카의 또다른 자랑. 국제수준의 컨벤션센터와 호텔이 완비돼 있지만, 일본 프로야구를 보기 위해서는 5000엔(한화 7만 5000원 정도)에 달하는 입장료가 부담이다.

여유가 있다면 1박 또는 2박을 추가해 일본 여성들이 가장 가고 싶은 도시로 손꼽은 유후인이나 벳푸의 온천지역, 하우스텐보스 등 후쿠오카에서 2시간 남짓 떨어져 있는 지역을 방문하는 것도 금상첨화다.

머지않은 날, 머지 않은 곳에 있는 일본여행을 다녀오고 싶은 이가 있다면, 후쿠오카에 꼭 한번 들러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7대도시의 진면목을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후쿠오카=나인문 기자 nanew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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