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이 통합하기로 선언하고도 무산 위기를 맞고 있다. 최종 추인과정에서 돌출한 자유선진당내 반발로 인한 후속 파장이 만만치 않다. 끝내 자유선진당의 통합협상 책임자인 권선택 의원이 일체의 당직 사퇴를 선언했다. 당내 갈등 상황이 예사롭지 않은 단계로 비화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감지케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당의 정치력 부재에서 비롯된 예정된 수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충청권 정치 세력화를 위해 양당이 통합하기로 국민 앞에서 선언식까지 가진 것은 지난 8일이었다. 각 정치세력의 대표 인사들이 모여 양당 통합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식 확인하고도 이런 지경에 이르렀다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국민을 우롱한 격'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각 정치세력의 리더십에 의구심이 이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사태가 이런 지경까지 온 빌미는 자유선진당 측에서 제공했다. 당초 양당이 합의했던 '당대당 통합' 방식은 정당법상 '신설합당'에 해당한 것으로 일반적으로는 '통합신당'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양당이 서로 통합명분을 찾기 위해 일단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보는 근거다. 그 대신 당 명칭을 종전처럼 '자유선진당'으로 합의한 것은 '주고받기식 협상'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태는 이상한 방향으로 꼬이고 있다. 자유선진당내 불화의 근본적인 이유는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하는 당사자들의 불만에서 촉발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유선진당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도 이러한 의견이 개진됐다. 당내 논의 구조의 시스템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반증이다. 당 대표의 리더십에도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날처럼 당 지도부의 갈등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10·26 재보선은 내년 총선,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일정을 앞두고 각 정당의 정치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다. 여야를 막론하고 서울 보선에서 자체 후보를 내세운 후 원외 세력과의 단일화 절차를 통해서라도 민심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충청 정치세력엔 그러한 치열한 권력의지가 없다. 언제까지 뒷 발목을 잡을텐가. 상호 신뢰를 구축하지 못하니 그럴 법도 하다. 걸핏하면 모였다가 흩어지는 한국 정당의 어두운 생리를 그대로 닮을 건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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