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 직전인 자유선진당은 이대로 침몰할 것인가.

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 통합협상대표를 맡았던 선진당 권선택 의원이 27일 최고위원과 대전시당 위원장 등 모든 당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권 의원은 사퇴에 대한 별다른 해명없이 “지역구 활동 매진”이라고 밝혔지만, 국민중심연합과의 ‘당 대 당 통합 인준안’이 지난 21일 당무회의에서 부결되고, ‘흡수통합 재협상’으로 방향을 선회한데 따른 반발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정가에선 권 의원의 사퇴에 대해 ‘선진당 내부 갈등과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결정적으로 작용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 내에선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하는 고질적인 병이 도진 것’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선진당과 국민련의 통합 논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양 당 모두에게 짙게 깔린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사실이다.

선진당과 국민련 모두 충청기반 정당이라고 자임해 왔지만, 무너져 가고 있는 충청민심이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공생’을 위한 충청정치세력의 결집을 주장했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양 당의 합당을 추진해 왔다.

먼저 손을 내민 쪽은 선진당이다. 지난 5월 이회창 대표가 전격 사퇴하면서 당을 맡은 변웅전 대표가 “묻지도 따지지도 말자”며 국민련과의 통합을 제안했다.

이어 7월경부터 양 당 간의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됐고, 지난 달 1일에는 양 당이 참여하는 통합실무기구가 구성됐다.

선진당에선 권선택 의원이 통합추진단장을 맡았고, 선진당은 통합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권 의원에게 맡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양 당이 참여한 통합실무기구는 5차례의 실무 논의를 거쳤고 ‘당 대 당 통합’ 등을 골자로한 합의문을 돌출했다. 이달 8일에는 변웅전 선진당 대표와 심대평 국민련 대표가 공식적인 통합 선언까지 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당무회의에서 통합의 마지막 단계인 ‘통합인준안’이 일부 시도당위원장들의 반발로 무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들은 “당 대 당 통합이 아닌 흡수통합을 해야 한다”며 통합방식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와함께 권 의원에게 책임론을 거론하며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여기에 일부 지도부를 비롯한 일각에서도 “권 의원이 통합 협상 과정에서 상대방(국민련)의 요구를 과하게 들어줬다”는 불평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권 의원 측은 “통합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권 의원에게 일임했고, 수시로 당 지도부에게 통합 추진 상황을 설명하고 논의해 왔다”며 “이제와서 권 의원이 마치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한 것처럼 말하는 것은 황당하다”며 불쾌한 심정을 비추고 있다.

이 때문에 선진당 주변에선 당의 일부 기득세력과 이를 지지하는 일부 당원들이 당대당 통합으로 인한 지분 잠식을 우려해 제동을 걸었고, 권 의원을 그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권 의원 등을 포함한 ‘무조건적인 통합파’와 ‘현 조건에서의 통합 불가파’가 형성되면서 충돌을 일으킨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지리한 논의 끝에 어렵사리 이뤄낸 통합안이 당내 힘겨루기라는 암초에 부딪혀 ‘통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상황에 처했다.

통합을 주도한 권 의원의 당직 사퇴로 통합 논의의 창구가 막힌데 다, 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물론 국민련 심 대표 역시 현재의 위기를 정리할 ‘정치적 리더십’을 기대하기에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통합’에 대해 관심있게 지켜보던 충청민들의 실망이 표면화될 경우 통합 무산에 따른 ‘책임론’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통합’이란 명분으로 회생의 길을 찾으려던 선진당과 국민련이 권 의원의 당직 사퇴로 자극을 받아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지, 서로 다른 셈법에 빠져 자멸의 길을 걸을지에 대한 선진당의 선택은 좀 더 지켜볼 문제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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