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자유선진당과 국민중심연합의 통합 절차가 선진당 일부 당직자들의 반발로 지연되면서, 선진당 전체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선진당 측에선 22일 “무난히 해결될 것”이라며 애써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지만, 당 안팎에선 “갈 때까지 갔다”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진당과의 통합 상대인 국민련 측에서도 “지켜보자”며 말을 아끼면서도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선진당은 지난 21일 중앙당사에서 당무회의를 열어 합당 결의 등을 의결하려고 했지만, 충청권을 제외한 시·도당 위원장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의결이 무산됐다.

선진당은 당무회의에서 신설 합당 방식의 당대당 통합을 안건으로 올렸지만 이들 시·도당위원장들은 ‘흡수합당’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시·도당위원장들은 '양당 통합과 관련한 건의사항'이라는 제목의 유인물을 통해 △신설합당 절대 불가, 흡수합당 관철 △대표는 합당수임기관 합동회의서 선출하되, 최고위원은 전당대회에서 선출 △전당대회는 연내 개최 등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국민련과의 통합을 훼방 놓기 위한 황당한 ‘몽니’에 불과하다는 것이 당 안팎의 시선이다.

선진당과 국민련의 통합 논의는 지난 7월경부터 시작돼 지난달 1일 양 당이 참여한 통합실무기구 구성했고, 5차례의 실무 논의를 거쳤다. 이를 통해 통합과 관련 합의문을 만들었고, 지난 8일에는 변웅전 선진당 대표와 심대평 국민련 대표가 공식적인 통합 선언까지 했다.

통합 논의 과정이 거치는 두 달여의 기간은 물론, 합의문을 기초로 한 공식 통합 선언 당시에도 이들 시·도당 위원장들은 함구하고 있다.

그러다가 통합이 마지막 단계인 당무회의 의결 순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선진당 국회의원의 한 보좌관은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라며 “이제 와서 시·도당 위원장들이 반발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가지만, 당 지도부가 이들의 요구 한 마디에 당무회의 의결을 중단한 것도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태를 조장한 세력이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선진당의 한 당직자는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을 보면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것 같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가 되겠지만 후유증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련 측은 “선진당이 과연 통합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불쾌한 심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김광식 국민련 대변인은 “지금 상황에 대해 심대평 대표가 굉장히 모욕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선진당에서 먼저 향후 총선 전망이 절망적이라고 판단하고 심 대표에게 통합을 제안했는데 이제 와서 흡수통합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지만, 선진당 지도부는 마땅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변웅전 대표는 22일 수자원공사 국정 감사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설(당 대 당)이다, 흡수다라는 단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양 측 모두 백의종군 한다는 심정이라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위(지도부)에서 하는 시대는 지났다. 당원의 뜻도 받들어야 한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다른 의원들도 이번 사태와 관련 “좀 더 지켜보면 일이 풀리지 않겠느냐”거나 “국회 국정감사를 끝낸 후 면밀히 살펴보자”는 말로 피해갔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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