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의 한 일선 구청 지적담당 공무원이 토지 매매 계약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맡아놨던 매수자의 돈 수천만 원을 당사자가 아닌 엉뚱한 사람에게 건네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이 공무원들은 이 과정에서 매수자의 위임장과 인감을 확인하지 않고 단순 영수증에 가짜 사인을 받고 돈을 준 것으로 드러나 문제를 키우고 있다. 토지 매수자는 공무원들의 업무태만에 멀쩡한 돈 수천만 원을 앉아서 날릴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09년 A 씨는 청주시 상당구청으로부터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 불부합지(지적도상의 경계와 실제 현장과 맞지 않는 토지)를 없애기 위한 토지 매매를 요청받았다. 불부합지는 쉽게 말해 지적도상과 실제 토지 사이에 오차가 생긴 땅으로 이를 없애기 위해 청주시 상당구는 오차가 생긴 땅의 주인과의 협의를 거쳐 불부합지 인근에 땅을 갖고 있던 A 씨에게 이 땅에 건축허가를 내주는 조건으로 토지를 살 것을 요청했다.

A 씨는 청주시 상당구의 요청을 받아들여 3800만 원에 이 땅을 사기로 하고 기존 땅주인에게 돈을 송금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땅주인은 토지 금액을 3800만 원에 구청과 합의했지만, 땅주인의 부인은 매매 금액이 적다며 구청을 찾아와 A 씨로부터 송금받은 돈을 현금으로 지적 담당 공무원에게 맡기고 돌아갔다. 이는 사실상 토지 매매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담당 공무원은 맡긴 돈 3800만 원을 다시 A 씨에게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담당 공무원은 3800만 원을 영수증과 가짜 사인을 받고 엉뚱한 사람에게 줘버렸다.

A 씨의 토지 매매를 가까이에서 유도한 부동산중개업자 B 씨가 상당구청을 찾아와 대신 전해주겠다며 돈을 요구했고 현금 3800만 원은 고스란히 B 씨 손에 넘어갔다. B 씨가 대신해 A 씨에게 돈을 돌려주겠다는 말에 담당 공무원은 위임장은 물론 인감조차 갖고 있지 않았던 B 씨에게 단순 영수증과 A 씨의 가짜 사인을 받고 38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넘긴 것이다.

당시 이 같은 일을 모르고 토지 계약이 이뤄졌다고 생각한 A 씨는 최근 들어서야 이 사실을 알아챘고 담당 공무원들과 B 씨를 찾아가 항의했지만, B 씨는 차일피일 돈의 변제를 미루고 있다. A 씨는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들과 부동산중개업자 B 씨를 경찰에 고소한 상태다.

A 씨는 “계약과 전후 사정을 뻔히 아는 공무원이 한두 푼도 아니고 3800만 원이라는 돈을 어떻게 당사자의 위임장과 인감도 없이 엉뚱한 사람에게 넘길 수 있느냐”며 “당시 담당 공무원이 확인전화 한 통만 해줬더라면 2년이 지난 지금 이 일을 알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구청 담당 계장은 “이번 일에서 B 씨와 A 씨는 계속 함께했고 계약 과정에서도 B 씨가 A 씨를 처남이라고 지칭했기 때문에 돈을 대신 전해준다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며 “위임장과 인감을 확인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잘못을 인정하지만, 우리도 B 씨에게 속은 피해자”라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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