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내년도 시책사업으로 사용하지 않는 파출소를 보수해 주민 휴식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정작 관련 기관들과의 협의나 조율없이 추진하면서 시작도 못한 채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대전시는 이달 초 ‘2012년 시책구상 보고회’를 열고, 내년부터 중점 추진할 원도심 활성화 등 70개 주요 신규 시책사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사업 중 하나가 바로 ‘폐지 파출소(치안센터)를 활용한 실버도서관 조성’ 사업이다.

이는 공공도서관이 어린이나 청소년 위주로 운영되면서 퇴직자 등 노년층이 이용률이 떨어짐에 따라 텅 빈 치안센터 주민 편익시설로 활용, 도심 속 흉물화·우범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1석2조 효과가 기대되는 사업이다.

시는 이에 따라 내년 시범사업으로 시비 7억 5000만 원을 들여 지역 내 5개 유휴 치안센터를 리모델링해 노인 전용 도서관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계획은 정작 치안센터 운영 주체였던 대전경찰청과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무산될 처지다.

현재 대전경찰은 지역 내 사용하지 않는 지구대 1곳과 치안센터 9곳을 ‘유휴 국유재산’으로 지정, 기획재정부에 반납절차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이번 주 인계를 위한 모든 절차를 끝낼 예정이며, 이후 10곳의 유휴 국유재산은 자산관리공사가 관리를 맡아 일반에 매각하거나 향후 치안 수요 발생 시 다시 치안센터로 활용하게 된다.

대전경찰 관계자는 “시책구상이었다는 이유로 관계기관과 상의도 없이 계획을 세우고, 발표했다는 것에 당황스럽다”면서 “이미 총괄기관과 인계협의가 완료된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발표된 내용이라 사실상 업무 협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만약 계획 단계부터 기관 간 협의가 이뤄졌다면 좋은 의견이 나왔을 수도 있다”면서 “관리주체가 넘어가면 대전시 계획처럼 무상임대나 양여는 힘들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대조적으로 충북 청주 산남치안센터 등 2곳은 관할 경찰서와 청주시의 긴밀한 협조로 2009년부터 주변 저소득층 자녀와 노인들의 공부방으로 운영되면서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행정기관의 ‘탁상행정’ 탓에 지역민을 위한 우수 시책이 빛도 보지 못한 채 사라지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시민 김 모(40) 씨는 “경찰 역시 사용하지 않는 시설이라고 무조건 방치하기에 앞서 지역민을 위한 활용방안을 모색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당시 시책구상 보고회는 확정된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라 우수한 사업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보고하는 취지”라며 “이미 국유재산이 반납된 상태지만 기재부나 자산공사 등과 협의를 거쳐 좋은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검토해 볼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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