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의 신규 새마을금고 설립인가 거부방침에 최근 법원이 영업자유 침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금고 설립 신청이 또다시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지역 규모와는 맞지 않는 무분별한 금고 난립을 막기 위해 신규로 들어온 금고 인가 신청에 매우 이례적인 불인가 방침을 결정했지만, 관련법과 행정절차상 한계로 이 같은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 일각에서는 좀 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관련법 개정 및 새마을금고에도 최근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같은 옥석을 가려내는 작업이 수반돼야한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청주지법, "새마을금고 많아도 요건 갖추면 인가"

지난 11일 청주지법 행정부(최병준 부장판사)는 "금고 수가 많다는 이유로 인가 거부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다"며 김 모(39)씨가 청주시를 상대로 낸 새마을금고 설립인가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청주시의 새마을금고 설립인가는 금고를 설립하려는 발기인들의 금고 설립행위 효력을 완성해 주는 보조행위로서 행정청의 승인에 불과하다"며 "법령이 정한 설립요건을 모두 충족했다면 설립인가를 허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따라 더 이상 지자체의 행정력만으로 도내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나는 금고를 제어하기는 어려워진 셈이다.

실례로 이번 판결에 승소하게 된 신규 금고의 경우 설립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미 추가적으로 2~3곳의 신규 금고 설립을 준비하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 포화상태 … 관리·감독 한계에 달해

이미 충북지역 새마을금고 수는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이에 따른 각 영업점 간 출혈경쟁도 불가피하게 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충북도지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재 도내 새마을금고(본점·지점 포함) 수는 모두 124개소로, 청주에만 60개소의 금고가 난립하고 있다.

이 중 지난 2007년 말부터 신설된 금고 수만 16개소로, 이는 도세가 비슷한 전북지역에서 같은 기간 신규 설립 금고가 2개 늘어난 것과 비교해볼 때 87.5%의 해마다 높은 증가율을 기록해왔다.

무분별한 금고 설립은 각종 금융사고 발생 등 부작용을 낳았고,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중앙회의 역할론이 강조됐다.

실제 지난 5월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A 새마을금고는 지난 2007년 중앙회 검사에서 한도초과 대출과 연체 대출 비율 급증 등이 적발돼 수 차례 시정조치를 받았음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는 모습 등으로 방만 경영을 일삼아오다 대출업무에 대한 6개월 영업정지 명령을 받았다.

이 같은 방만 경영으로 이 금고가 낸 손실액만 70억 원가량으로, 이 후 지속적인 검사를 통해 밝혀진 추가 손실액만도 먼저 밝혀진 금액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회 충북도지부는 도내 일선 새마을금고를 방문해 경영 상태를 진단하는 등 정기적인 검사활동을 실시하고 있다.하지만 제한된 중앙회 인력으로 모든 금고를 관리하기 어려워지면서 정기·비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일선 금고에 대한 중앙회의 검사도 일부 신규 금고들에만 집중되거나 제보를 통한 활동에 국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고 난립 막기 위한 명확한 관련법 시급

앞서 법원의 판결에서 알 수 있듯 각 지자체의 금고 설립인가는 어떠한 강제력도 갖지 않는 단순한 보조행위에 불가할뿐이다.

이는 곧 금융기관을 하나 설립하는 데 있어 현행법에서 요구하는 요건만 충족시키면 누구나 개인 금융기관을 쉽게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이를 우려한 행정안전부의 '새마을금고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6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 설립인가 심의기간을 현행 20일에서 60일로 늘려 현실화했다. 행안부 지침으로 운영하던 출자금과 인력, 물적시설, 사업계획 등 세부요건도 구체화했다.

실례로 지역별 출자금의 경우 특별·광역시는 3억 원에서 5억 원 이상으로 상향되고, 현재 2억 원이던 그밖의 지역은 3억 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지역금고 이외의 금고 역시 2000만 원 이상에서 1억 원 이상으로 대폭 상향조정된다.

이처럼 개정된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금고 설립 요건이 대폭 강화되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금고 설립에 대한 행정절차의 개선 없이는 계속 늘어나는 금고로 인한 부작용은 막을 수 없다는 게 지배적인 여론이다.

이를 위해 새마을금고 설립에 관한 금고법 개정은 물론 현행 금고법에 대한 각 조항의 세부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

또 일각에서는 새마을금고도 최근 저축은행 사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행정안전부의 조속한 새마을금고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충북도지부 관계자는 "예전부터 문제로 지적돼왔던 금고 설립 인가문제와 관련해 행정안전부만을 통한 인가 접수창구 일원화나 설립 허가제로의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뚜렷한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며 "개정된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금고 설립 요건이 강화된 만큼 추가적인 세부적인 조치안을 세우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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