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 발생한 '청주 실버스타나이트클럽 살인사건'으로 ‘폭력조직의 도시’라는 오명이 붙었던 충북지역이 이제는 전국에서 조직수가 두번째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경의 강력한 단속이 큰 작용을 했지만 세력규합을 통해 사실상 와해된 조직을 재건하려해도 경기불황으로 자금줄이 차단돼 불가능해진데다, 조폭들의 일상적인 행위까지 처벌하는 '범죄단체활동죄'가 폭넓게 적용된 점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직수 전국 2번째로 적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태원(한나라당) 의원이 19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조직폭력배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 9월 현재까지 전국에는 220개 폭력조직, 5451명의 조직원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29개 조직(898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23개(498명), 부산 23개(397명), 강원 19개(297명), 경남 17개(349명), 충남 17개(293명), 전북 16개(484명), 인천 13개(278명), 경북 12개(394명), 대구 11개(296명) 등의 순이다.

충북의 경우 올 9월 현재 6개 조직 247명으로, 제주(3개·133명)에 이어 두번째로 조직 수가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충북은 2007년 10개 246명에서 2008년 9개 256명, 2009년 9개 271명, 2010년 9개 265명으로 증감을 반복하다가 올해는 조직수·조직원이 모두 줄어들었다.

◆이름만 있을 뿐 사실상 와해

충북지역 폭력조직이 사실상 와해될 수 있었던데는 검·경의 정기적인 동향파악 등 강도높은 검거활동과 1998년 IMF로 인한 자금줄 차단이 큰 몫을 했다.

우선 검·경은 1993년 청주에서 폭력조직간 감정대립으로 발생한 '실버스타나이트클럽 살인사건'을 계기로 '범죄소탕 180일 작전'에 나섰다. 청색점퍼 차림의 외근형사들로 구성된 '백골단'까지 동원되는 등 강력한 검거활동으로 현재 대부분의 폭력조직은 사실상 와해됐다. 하지만 '잔챙이 조폭'들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거 이권개입을 놓고 발생한 폭력조직간 다툼보다는 무전취식, 단순폭행, 금품갈취, 사기 등 대부분 개별적 범죄행위로, 유형역시 '천태만상'이다. 자금줄 차단도 조직와해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비호를 목적으로 나이트클럽 등 대형 유흥업소에 하급 조직원들을 투입시켜 조직자금을 마련하고, 아파트건설 등 굵직한 사업에 개입했던 조폭들의 '황금시대'는 경기불황의 여파에 밀렸다.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게임장과 '대딸방' 등 퇴폐업소 운영으로 한때 짭짤한 수익을 보긴 했지만 이마저도 검·경의 단속으로 철퇴를 맞았다. 지속되는 경기불황으로 변변한 일자리조차 없이 생활고에 허덕이는 조직원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폭력조직은 이름만 남은 채 와해단계로 접어들었다.

'나이트클럽 살인사건'의 범인 중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2명을 뺀 35명이 2008년을 끝으로 모두 출소하면서 한때 전·현직 조직원들과 추종세력이 규합해 조직재건을 하려했지만 경기불황으로 인해 수익창출이 막히면서 무위에 그쳤다.

◆'활동죄' 적용, 위축

2007년 8월 청주시 흥덕구 하복대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서로 폭행하고, 비상소집 연락을 받은 후 흉기를 챙겨 집결한 혐의로 청주의 P파와 S파 조직원 21명이 전원 기소됐다. 이후 법원은 범죄단체의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행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범죄단체활동죄)을 적용,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경쟁조직과의 패싸움에 대비한 비상소집행위와 조직존속을 위한 비밀회동을 '범죄단체활동죄'로 인정한 것으로, 수사기관이 단합대회, 구역순찰 등 조직원들의 일상행위까지 처벌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제시해줬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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