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 동구의 ‘성남육교’가 철거된 후 설치된 횡단보도가 도로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장소에 만들어져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시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승민 기자  
 
무단횡단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대전 동구 성남동의 한 육교를 철거한 후 설치한 횡단보도가 오히려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이곳은 차량 통행이 잦고 하루에도 수백 명의 보행자들이 오가는 곳이지만,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횡단보도를 설치해 행정편의주의식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대전시와 대전경찰 등에 따르면 주거환경개선사업의 하나로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는 동구 성남동의 ‘성남보도육교’가 28년 만인 지난 4일 철거됐다.

지난 1983년 설치된 이 육교는 엘리베이터 등 편의시설이 없고, 무단횡단으로 인한 사고 위험 등을 이유로 철거됐으며, 현재는 20여m 떨어진 곳에 이를 대신할 횡단보도가 설치됐다.

횡단보도는 현재 입주가 완료된 아파트 단지 주민은 물론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횡단보도가 설치된 이곳은 왕복 6차선 도로로 평소 차량 통행량은 물론 고속운행 차량들이 많아 사고 위험이 높은 구간이다.

게다가 횡단보도가 오르막 차선 끝 부분에 설치돼 양방향 통행차량 모두 정지신호나 보행자에 대한 시야확보가 쉽지 않다.

실제 취재진이 이 구간 양방향에서 차량을 운행한 결과, 횡단보도 바로 앞에 다다라야 길을 건너는 보행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횡단보도 차량 정지신호는 앞서 달리는 차량이 차고가 높은 버스나 트럭, SUV차량인 경우 신호 확인이 어려워 자칫 대형사고 위험도 크다는 게 운전자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다.

주민 김 모(37·여) 씨는 “인근 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들이 횡단보도를 주로 이용하는 데 아이들이 건너는 것을 못보고 운전하다 바로 앞에서 급정거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면서 “보행자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이런 곳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려 했다면 차라리 육교를 철거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야간 운행의 경우 운전자의 보행자 시야 확보가 2배 이상 어렵다는 점에서 보행자 안전과 사고예방을 위한 횡단보도 위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동구 관계자는 “횡단보도 위치지정은 관계기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교통영향평가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하지만, 이곳은 육교철거 기간 중 주민 불편을 염려해 임시로 설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철거 작업이 끝난 만큼 조만간 도로·전기시설 설치 등 관계기관과 의견 조율 및 심의를 거쳐 안전한 곳으로 이전토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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