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를 안이하게 예측한 결과가 엄청난 혼란과 경제적 피해를 가져왔다. 어제 오후 3시께부터 대전, 충남을 비롯한 전국에 동시다발적인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사전예고 없이 전기가 갑작스럽게 끊긴 건 초유의 일이다. 한국전력은 정전의 원인을 이날 오후 들어 급격히 증가한 전력량으로 돌리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이날 최대 전력수요가 6400만㎾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6500만㎾가 넘었다고 한다. 늦더위에 전력사용량이 급격히 늘었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정전에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고, 사업장은 일손을 놓아야만 했다. 놀란 주민들이 밖으로 뛰쳐나오는가 하면 떨어진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 등 비상상황이 연출됐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주민들은 한동안 불안에 떨다 가까스로 구조되기도 했다. 대전 시내 곳곳의 신호등이 꺼져 운전자들은 경찰의 수신호에 의존해야했지만 교통 혼잡은 어쩔 수 없었다. 대전 대화동 공단을 비롯한 산업단지는 기계가 멈춰서 조업 중단 등의 손해를 입었다.

이상고온에 따른 전력사용량 급증 탓으로 원인을 돌리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 전력수요가 최고조에 달한 한여름에도 이런 정전사태는 없었다. 일부 발전소가 가동을 멈추고 겨울을 대비한 정비에 들어간 상황에서 정전사태가 빚어졌다고 한다. 물론 발전소 정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전력사용량을 정확히 예측한 뒤 발전소 가동을 중단했어야 옳았다.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게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사전 예고만 했더라도 이렇게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상황이 심각한 지경에 처했는데도 당국은 정전발생 한참이 지나서야 순환정전을 실시 중이라고 밝혀 빈축을 자초했다. 예비전력이 한계치에 이르렀으면 국민들의 자발적 협조를 구할 일이다. 미연에 전기사용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하면 많은 국민들이 동참할 것이라고 믿는다. 일이 터지고 나서야 부산을 떠는 모습에 국민들은 식상할 따름이다.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원자력발전소의 발전 중단에도 불구하고 돌발적인 정전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전력 부족으로 제한 정전이 불가피했으나 이 경우에도 예고를 한 뒤 정전에 들어가 국민들은 대처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매뉴얼조차 우리는 왜 지키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다. 당국은 이번 정전 사태의 원인을 면밀히 파악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 재발방지책 마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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