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한탄강댐 건설 현장 입구인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고문1리에 댐 반대 현수막이 펼쳐져 있다. 박재현 기자

우리나라 공공갈등 관리 역사에 있어 한탄강댐 갈등조정 사례는 중요한 의의가 있다. 정부가 대규모 공공사업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갈등조정 전문기구를 만들고 갈등 당사자 간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한 최초의 갈등관리 실험무대였기 때문이다.

최초의 갈등조정 전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한탄강댐 갈등 해소를 위해 갈등조정 해결시스템을 마련하고 정부와 지역주민, 시민단체 등 갈등 당사자 간 의견을 모아 중재합의에 이르는 성과를 보였다.

물론 최종 중재안에 대해 한탄강댐 건설 반대 측 주민들이 승복하지 않아 최종 합의까지 도출해내지는 못했지만, 이것이 조정 과정 전체의 실패가 아닌 중재안 승인 과정의 실패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한탄강댐 갈등조정 사례는 전체적인 과정을 놓고 접근할 경우 합의에 의한 사회갈등 조정의 선례로 중요한 경험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갈등의 발생 배경과 전개

한국수자원공사는 1995~1997년 2년간 임진강 유역 조사 용역을 실시한 결과, 2021년 임진강 유역에 연간 36억 1700만 톤의 물 부족이 예상돼 연간 26억 5700만 톤의 용수 공급을 주목적으로 한 한탄강댐 건설 계획을 구상했다.

그러나 1996년과 1998년, 1999년 파주, 문산 지역에 연이어 홍수가 발생해 약 1조 6000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자, 정부는 1999년 국무회의를 통해 수해방지종합대책을 마련하고, 한탄강댐 건설의 주목적을 홍수조절로 변경했다.

정부의 댐 건설 계획이 알려지며 피해가 집중되는 상류지역인 철원과 포천, 연천 지역에선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정부와의 의견대립이 시작됐다.

이해 집단 간의 이견과 대립이 끊임없이 반복됐고, 결국 기본계획 고시를 앞두고 사업추진이 중단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처럼 갈등이 확산되자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강원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댐 건설에 대한 재검토를 약속한 후 지속가능발전위원회(이하 지속위)에 한탄강댐 갈등조정 절차를 추진토록 지시했다.

지속위는 한탄강댐 갈등조정소위원회(이하 조정소위)와 관련 당사자회의 등을 구성하고 16차례의 조정회의, 5차례의 기술검토 소회의를 열었다. 이를 통해 이해 당사자 간 갈등 쟁점 도출 및 의사결정 합의를 위한 여건 조성에 착수했고 갈등 당사자들로부터 조정소위의 중재적 조정안에 대한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일부 당사자가 조정안에 동의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깨고 수용불가 입장으로 전환함에 따라 결국 최종 갈등관리 중재안 도출에 실패하고 2005년 4월 국무조정실로 업무가 이관됐다.

갈등조정을 이관받은 국무총리실은 2006년 8월 한명숙 총리 주재로 임진강 유역 홍수대책특위를 열고 한탄강 홍수조절용 댐을 건설하기로 결정하자 지역주민과 환경단체가 강하게 반발하며 한탄강댐 건설계획 고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서울행정법원은 2008년 9월 “한탄강댐 건설의 필요성을 부인할 수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리며 댐 건설 여부에 대한 갈등이 일단락 됐다.

◆지속위의 갈등 해소 역할

대통령 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한탄강댐 갈등 해소를 위해 핵심 갈등쟁점 분석 및 조정의제를 설정하고 이해당사자 입장과 이해관계를 분석하는 등 갈등 조정계획을 작성했다. 지속위는 우선 한탄강댐을 둘러싼 각 이해 당사자를 찬성주민과 반대주민, 시민단체, 정부 등 4개 집단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쟁점별로 각 단체의 입장을 정리에 들어갔다. 지속위 조사에 따르면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는 한탄강댐 건설이 홍수안정 등 치수를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정의 내리며 공익을 위해 하루 속히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한탄강댐 건설 반대 주민은 댐의 수문·수리 등 기초자료에 대해 정부가 예상한 수치 변경을 이유로 댐 건설의 타당성에 의혹을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댐 건설의 혜택이 적은 철원 등 상류 지역 주민은 안개 발생일수 증가로 인한 일조량 감소,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에 따른 개발제한 등을 이유로 반대를 보였다.

댐 중류 지역인 연천과 포천은 보상여부에 따라 찬·반 입장이 갈렸고 파주와 문산 등 댐 하류 지역은 댐 건설의 혜택이 가장 큰 지역으로 찬성하는 입장을 전했다.

환경단체 역시 정부의 한탄강댐 건설에 대한 경제성 고려 등의 기술적 문제를 지적하며 타당성과 정당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지속위는 이 같은 각 단체별 입장을 고려해 핵심쟁점을 도출하고 쟁점별 대안을 도출하기 위한 갈등 조정 절차에 돌입했다.

지속위에 따르면 핵심 쟁점으로 △홍수 원인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둘러싼 이견의 대립 △한탄강댐 건설에 따른 비용과 편익 분배 △정부의 정책과 이해 당사자 간 상호 신뢰성 여부 △미래 물관리 및 홍수관리에 대한 이해 당사자 간 가치관과 신념의 차이 등으로 확인됐다.

◆갈등해소 과정의 한계

갈등의 주요 쟁점은 대체로 신뢰문제로 부각됐다. 한탄강댐 건설 절차와 관련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와 수해 원인과 댐의 경제성 등을 분석한 과학적 근거에 대한 불신 등이 갈등해소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댐 건설 추진에 있어 환경영향평가 및 경제성 점검 등 투명성과 타당성 확보를 통해 반대 측으로부터 신뢰회복을 이뤄야 했지만 댐 건설사업에 따른 편익 비용 분석의 지속적인 변동과 반대 측과 전문가의 지적이 있을 때 마다 댐 제방 연장 규모와 사업비를 변경하는 등 신뢰문제가 부각됐다.

또한 기술적 전문성을 지닌 조정전문가의 부재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신뢰구축을 위해 복잡하고 전문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 능력이 요구된다.

중재자인 지속위에 대한 권한의 한계가 불분명하게 주어진 것도 극복할 문제다. 중재자가 어느 선까지 의견을 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분명한 권한이 부여되어야만 조정 절차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다.

특히, 조정 결과에 대한 합의안이 효력을 가질 수 있도록 승인의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수단 마련도 요구된다.

박재현 기자 gaemi@cctoday.co.kr


▨ 이 기획기사는 충남도 지역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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