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추석과 기상악재로 어려움을 겪었던 사과·배 등 가을 대표 과일들이 공급물량 부족으로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지난해보다 도매가격이 15~20% 가량 하락했다. 그럼에도 소비심리가 위축돼 판매가 저조한데다 추석 대목이 끝나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자 과수농가들이 소비촉진에 고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 추석과 기상악재로 어려움을 겪었던 사과·배 등 가을 대표 과일 재배 농가들이 실의에 빠졌다. 사과와 배 등 추석 성수 과일들은 여러 악재가 겹치며 공급물량이 부족해 가격이 치솟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오히려 지난해보다 15~20% 가량 도매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가격 급등이 예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돼, 예년 추석 선물세트 중 으뜸으로 자리잡던 과일선물세트는 한우세트, 건강식품 등에 최고 자리를 내줬다.

판매 최성수기를 보낸 과일 재배 농가들은 지금부터 쏟아질 물량에 부담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추석이 지나면서 이들 농가의 시름은 시작됐다.

◆사과·배 도매가격 지난해보다 하락

일부 유통업체 등은 당초 올해는 추석이 예년보다 10여일 일러 사과와 배의 공급물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측은 추석 직전 보기좋게 빗나갔다.

최근 aT(농수산물유통공사)는 올해 사과·배 도매가격이 지난해 추석기간과 비교할 때 사과는 약 20%, 배는 약 15%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중순 이후 기상여건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착색과 과실 크기가 좋아졌고, 출하지역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추석용 공급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추석 선물세트의 수요가 축산물과 수산물 등으로 전환되고 경기침체로 인해 소비가 부진한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aT 측은 “과거 5개년의 추석 10일 후 사과·배 가격 하락율은 평균 약 15% 수준”이라며 “수확이 늦어 추석에 출하되지 못한 사과·배 물량이 추석 이후 일시에 출하되고, 과실류 소비부진이 지속될 경우 큰 폭의 가격하락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과 생산량 유동적, 9월 가격 지난해보다 낮을 듯

올 여름 지속됐던 태풍과 집중호우로 인해 가격 급등세를 보였던 사과와 배가 추석이 지나면서 오히려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사과 생산량이 42만 9000t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9월에 주로 출하되는 홍로 생산량은 6만 2000t, 내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출하되는 후지는 25만 2000t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경북 문경·안동, 충북 충주 등 북부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낙엽병 발생이 증가하고 있어 생산량은 유동적이다.

이달 홍로 평균도매가격(가락시장)은 상품 15㎏ 당 지난해보다 20% 가량 낮은 4만∼4만 3000원선에서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통상적으로 가격이 낮아지는 추석 이후 시장거래일수가 지난해보다 10일 정도 많아 9월 중·하순 평균가격은 추석 성수기 4만 6000~4만 9000원보다 20% 가량 낮은 3만 6000~3만 9000원으로 전망된다.

◆배 생산량, 태풍 피해에도 지난해보다 늘어

올해 배 생산량은 작년보다 1% 많은 31만 2000t 수준으로 전망된다.

흑성병 가을형 병반이 증가하고 있어 생산량은 유동적이지만 조생종 원황의 생산량은 1만 6000t, 이달부터 출하되는 신고는 26만 3000t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신고배의 가격은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추석 이후는 수요가 감소해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달 신고 평균도매가격은 상품 15㎏에 지난해보다 5% 가량 낮은 3만 2000~3만 5000원으로 전망된다.

추석 이후 9월 중·하순 평균가격은 추석 성수기 4만 4000~4만 7000원보다 30% 가량 낮아진 2만 9000~3만 2000원선에서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화난 농심, “분풀이 할 곳도 없다”

이같은 조사결과를 두고 사과·배 등 과수재배농가들은 깊은 시름에 잠겼다.

여러 기관 및 업체의 가격관측이 빗나가면서 예년의 판매량에 턱없이 빈약한 매출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명절 직전 출하량 증가와 가격하락세가 맞물려 어느정도 ‘막판 선방’을 했지만 추석 예약 선물세트 물량으로 판매된 수량이 워낙 적었던 탓에 1년 농사의 재미를 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지역의 한 배 농가는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와 언론보도를 통해 7~8월부터 배값이 뛸 것이라는 소식에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올 해 농사가 잘됐음에도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라며 “여기에 추석이 이른 탓에 제철에 앞서 대목이 찾아와 지금부터는 떨어진 가격에 출하를 해야하는 상황까지 직면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농민은 “사과와 배는 보통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가 가장 맛이 좋고 대과도 많은데 8월 중순부터 기후가 좋아 상품성을 지닌 과일의 생산량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늘어날 전망”이라며 “대목이 지나버려 이제부터는 어떻게 생산량을 소진해야 할 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충북의 한 사과재배 농민 역시 “사실 올해 사과 가격이 예년보다 크게 비싼 것도 아니었는데 매출은 반토막이 나버렸다”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소식은 일찍부터 퍼져있었지만 막상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은 추석이 임박해서야 나오기 시작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농가피해 대책은 소비촉진 뿐

이들 과수재배 농가들은 당장 눈앞에 닥친 소득감소 문제를 풀 수 있는 대책은 단연 ‘소비촉진’이라고 입을 모았다.

추석이 지나면서 이렇다 할 ‘대목’이 없기 때문에 이들 농민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뿐이다.

일부 농민들은 직거래라도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지역의 한 과수재배 농민은 “추석이 일찍 지나버린 탓에 이제는 직접 트럭을 몰고 나가 싼값에라도 팔아야 할 상황”이라며 “수요는 분명히 줄어들겠지만 과일을 좋아하는 일반 소비자들을 끌기 위해서라면 이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 및 유관기관들은 소비촉진과 수출 장려 등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농경연은 “추석 이후 9월은 소비 감소로 인해 가격 하락이 예상돼 추석에 미처 소비되지 못한 홍로는 수출이 용이한 말레이시아, 인도, 러시아, 캄보디아 등으로 수출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aT 관계자는 “과수농가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과실류의 수급과 가격안정을 위해 국민들이 사과와 배를 구매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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