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4월 13일.

조선이 개국한지 200년 되는 해에 일본은 16만의 군사를 동원해 조선을 침략했다.

20일 만에 서울이 함락되었고 임금은 백성을 버려두고 홀로 도망쳤다.

전쟁의 참화는 모두 백성이 감당해야 했다.

인구의 3분의 1이 전쟁 중 목숨을 잃었고, 170만 결의 농토가 54만 결로 줄었다.

임진왜란은 분명 조선이 불러들인 전쟁이었다.

그러나 나라를 멸망지경으로 이끈 선조와 사림 세력은 치욕의 역사를 반성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무능함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이 책은 건국 이후부터 선조시대까지 조선에 주자학적 사상 체계와 정치체제가 뿌리 내리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재구성했다.

지배층의 탐욕과 주자학적 가치관이 뒤섞였던 선조시대, 나라를 수렁에 빠뜨린 지식인의 위선을 두고 저자는 역사적 책임을 묻는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역사의 기록은 너무 간략해서 그 기록을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역사의 진실을 온전히 안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도전이라는 것.

선조시대는 조선 건국 후 200년 간 수많은 핍박을 받아 온 사림 세력이 왕조를 창업한 훈구 세력을 몰아내고 정치의 주도권을 차지하는 권력 교체의 시대였다.

그러나 사림이 기존의 정치 질서를 뒤집고 역사의 주류로 우뚝 선 승리의 순간이 기록에는 생생하게 전하지 않는다.

선조시대에 만들어진 조선의 사상 체계와 정치체제는 조선이 멸망하는 순간까지 이어졌고 이는 오늘날 우리의 사고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 말이다.

저자는 이 시기 역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직까지 공백으로 남겨진 것에 의문을 가졌다.

이러한 문제 의식이 선조시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게 된 이유다. 선조시대에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으며, 누가 세상을 바꾸었는가, 그들이 만들고자 한 세상은 어떤 것이었는가.

또 조선 최고의 사상가이자 스승으로 존경받고 있는 퇴계와 율곡은 그때 어떤 역할을 했을까.저자는 이런 호기심을 따라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선조시대를 들여다보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역사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이다.

그런데 선조시대는 예외적으로 ‘선조실록’ 외에 ‘선조수정실록’이 존재한다.

이는 사림세력이 동인과 서인으로 갈라진 뒤 인조반정으로 정권을 잡은 서인세력이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에서 집필한 것이다.

그들은 뒤늦게 ‘실록’의 기록에 손을 대면서까지 무엇을 숨기고 고치려 했던 것일까?

저자는 실록을 중심으로 뼈대를 세우고 당시 역사서와 개인 문집을 찾아보며 행간에 감추어진 의미에 집중해 구체적인 모습을 어렴풋이 잡아 나갔다.

김연수 저자는 1949년 밀양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전력에서 경영전략, 기업문화 혁신, 리더십에 관한 교육 컨설팅 책임자로 일했으며 1998년에 ‘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인가’를 펴냈다.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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