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옛말이 있을 정도로 먹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성한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명절을 맞는 극장가에도 꼭 들어맞는 이야기 같다. 극장가는 코미디, 휴먼 드라마, 멜로 등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한 신작들을 대거 준비했다. 감성 멜로를 내세운 ‘통증’, 가족 드라마로 폭 넓은 관객층을 노린 ‘챔프’, 명절 코미디의 명맥을 이어갈 ‘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이 연휴 동안 극장가를 찾는다.


-통증-

이 영화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와 조그만 통증이라도 인체에 치명적인 여자의 사랑을 그린 멜로물이다. 밑바닥을 헤매는 청춘, 불치병, 그리고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기까지 영화는 멜로드라마 공식을 그대로 따라간다. 어릴적 사고 후유증으로 고통을 느낄 수 없게 된 남순(권상우), 범노(마동석)와 2인조를 이뤄 빚 독촉에 나선 그는 무턱대고 대드는 채무자 동현(정려원)의 대담한 행동에 호기심을 느낀다.

남순은 자신과는 달리 조그만 통증조차 몸에 치명적인 동현에게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씩 다가가기 시작한다. 동현에 대한 생각을 키워가던 어느 날, 남순은 집이 없어 이리저리 헤매는 동현에게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라고 제안한다. 의지할 곳 없이 자신만을 믿으며 살아온 남순과 동현은 일상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마음의 빗장을 풀어놓는다.

요즘 영화와는 달리 세련되지 않은 화면에 빠른 장면 전환은 영화 초반 흥미를 불러 일으키지만 예측되는 뻔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정형화된 연기는 초반 쌓아놓은 흥미의 동력을 앗아간다. 주연배우인 권상우와 정려원의 연기는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인물들의 희로애락도 분명하다. 만화가 강풀의 원안을 바탕으로 ‘친구’(2001), ‘사랑’(2007)을 연출한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챔프-

300승을 기록하며 잘 나가던 기수 승호(차태현)은 아내와 딸과 함께 제주도를 방문했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다. 사고로 아내를 잃고 시력까지 손상을 입어 퇴물 신세로 전락, 딸 예승(김수정)과 힘겹게 삶을 꾸려가던 승호는 경마장 투기꾼들과의 거래가 잘못되자 딸을 데리고 제주도로 도망친다. 제주 기마경찰대에 발을 들인 승호는 이곳에서 절름발이 말 ‘우박이’를 만나게 되고 우박이와 과거 아픈 인연이 있었음을 알게 되면서 우박이를 경주마로 되살리기 위해 나선다.

승호와 우박이는 우여곡절 끝에 경마계의 최고 대회인 위너스 컵에 출전하게 되고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예선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해 파란을 일으킨다.

하지만 승호의 시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빠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승호와 우박이는 다시금 시련을 맞이한다. 이 영화는 사람과 말의 따뜻한 교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둔 영화다. ‘천장골관 인대염’ 진단을 받고 역대 최저의 경매가로 낙찰된 절름발이 경주마 ‘루나’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제작진은 여기에 영화를 위한 설정으로 비슷한 상처와 장애를 지닌 기수를 등장시켜 감동을 배가시키려 했다.

외롭게 어린 딸을 키운다는 설정 역시 가족영화로서 부녀간의 알콩달콩한 에피소드와 진한 사랑을 양념으로 추가해 감정선을 자극하려는 장치다.

-가문의 수난-

일본 ‘기무치’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현지를 둘러보기로 결정한 홍 회장(김수미). 아들 인재(신현준), 석재(탁재훈), 경재(임형준), 가문의 비서 종면(정준하)과 함께 첫 해외 출장을 나선다.

환전차 방문한 은행에서 강도를 만난 홍 회장 일가. 인재는 귀신같은 발놀림으로 상대방을 제압하지만 방심한 틈을 타 강도 중 한 명이 돈이 든 가방을 들고 도주한다.

엉겁결에 추격에 나선 홍 회장 등은 범인을 잡는 데 실패하고 알거지 신세로 전락해 후쿠오카시 일대를 주유한다.

이 영화는 520만 명을 동원한 ‘가문의 영광’, 570만 명을 모은 ‘가문의 위기’, 320만 명이 본 ‘가문의 부활’을 잇는 가문 시리즈의 네번째 이야기다.

영화는 첫 외국나들이를 떠난 홍 회장 일가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고 비행기를 처음 타는 홍 일가의 돌발적인 행동과 억지 부리기 등 웃음코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전편의 제작자였던 정태원은 4편을 연출해 감독으로 변신했고 같은 멤버로 새로움을 전하기 위해 일본을 무대로 설정했다. 또 전편에 비해 정준하와 현영의 비중이 늘어 극 중 웃음을 책임진다.

박주미 기자 jju101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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