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9일)부터는 잠긴 문을 열어 달라거나 술에 취해 집에 데려다 달라는 등 위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119 요청을 할 수 없게 된다. 9일부터 시행되는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서다.

특히 전국에서 비응급 활동 비중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는 충북소방은 시행령에 따라 불필요한 구조·구급 활동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지만, 응급과 비응급의 정확한 기준 없어 시민들과 소방공무원들의 혼란이 예상된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급하지 않은 구조·구급 요청을 거절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9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시행령은 문 개방, 동물 구조, 치통 등 위급하지 않은 환자와 음주자 이송 등에 대해 구조·구급 요청을 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취객이 집에 태워다 달라거나 단순히 문을 열어 달라는 경우, 타박상이나 열상, 찰과상 환자 중에 응급환자가 아닌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문 개방이나 동물 구조 요청 같은 단순 민원성 출동 요청은 앞으로 관련 업체나 단체와 연결한다. 즉, 문 개방를 요청하는 신고의 경우 지역의 열쇠업체를 안내하는 식이다.

특히 만성 질환자들이 정기적인 외래 방문을 위해 병원에 가고 싶다거나 치통, 감기 등으로 119를 요청해도 거절할 수 있다. 그동안 단순 문 개방이나 동물의 단순 처리, 치통 환자나 술에 취한 사람 구조 등 비응급 상황에서의 119요청은 소방력 낭비의 주요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충북소방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2010 응급의료 통계연보의 '119구급대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충북소방의 전체 수행업무 중 비구급 활동 비중은 평균 64.2%로 전국 소방 중 가장 높았다.

막상 구조·구급 요청이 들어왔을 때 소방업무 상 거절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이번 시행령으로 소방력 낭비를 줄이고 효율적 활용이 가능하다는 기대와 함께 곳곳에서 생길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비응급 상황이 상황에 따라 갑자기 응급이 될 수 있다는 점과 위급상황을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없다보니 시민들과 소방공무원 모두가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 시민은 “위급하다고 생각해 119에 신고했는데 정작 119대원이 출동하지 않는다면 어디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며 “또 위급하지 상황이 갑자기 위급한 상황으로 반전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일선소방서의 한 구급대원은 “시행령상에 출동거부 항목이 있지만, 각각의 상황별로 예외조항도 꽤 많아 현장에서 이를 구분 짓기가 애매모호한 상황이 있을 것 같다”며 “특히 출동하지 않았을 때 추후 신고자에게 변고라도 생기면 책임을 놓고 시비도 불거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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