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이 국민중심연합과의 통합 선언을 목전에 두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당초 7일로 내정했던 공식 통합 선언도 추석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등 모처럼 맞은 충청권 정치세력의 결집 기회가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6일 복수의 선진당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회창 전 대표의 측근 인사들은 최근 통합 협상 대표를 맡았던 권선택 의원에게 국민련과의 통합 방식이 ‘당 대 당 통합’으로 귀결된 것에 대해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진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의 측근 의원 등 일부 당직자들이 ‘선진당은 16명이며, 국민련은 1명인데 어떻게 당 대 당 통합을 할 수 있느냐. 흡수통합이라고 해야 맞는 것 아니냐’며 권 의원을 몰아세우고 있다”며 당 내 분위기를 전했다.

변웅전 선진당 대표 역시 통합 협상을 둘러싼 당 내 파열이 심각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변 대표는 통합과 관련 “이제 시작”이라며 “추석 전에는 (통합 선언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직만 버리면 통합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당원의 뜻도 있고 전당대회도 치러야 한다”며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통합 협상 대표를 맡았던 권 의원은 난처하면서도 불쾌하다는 입장이다.

권 의원은 통합 선언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 “양 측이 한 발씩 물러나면 될 것이다. 잘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면서도 “꾹 참고 있다”며 불편한 심정을 내비쳤다.

권 의원의 한 측근은 “당론으로 흡수통합을 결정한 것도 아니고, 권 의원에게 협상의 전권을 위임했다면 믿고 합의한 내용처럼 추진해야 되는 것 아니냐”면서 “협상 과정에선 가만히 있다가 왜 이제 와서 권 의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이 측은 이어 “권 의원은 모든 것을 걸고 협상에 나섰고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다”며 “권 의원은 일부 의원들의 행태를 보며 선진당이 이 정도 밖에 안 되느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전했다.

국민련은 이와 관련해 “좀 더 지켜보자. 선진당 내부에서 정리할 문제”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선진당 내 내분은 이회창 전 대표와 심대평 국민련 대표 간에 여전히 남아 있는 ‘앙금’과 함께 양 당 합의사항에 따라 심 대표가 선진당 대표를 맡아 당권을 거머쥘 경우 이 전 대표를 따르던 의원들과 당직자들의 당 내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역정가에선 “선진당과 국민련이 통합을 해도 충청인에게 감동을 주기 어려운 판에 통합을 하기도 전에 의원들끼리 지분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여 한심하다”며 “자멸하는 길을 걷고 있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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