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인사업자 김 모(47) 씨는 매일 밤마다 잠을 못 이룬다. 5년 전 주택담보로 빌린 대출(1억 원) 만기가 도래하자 은행에서 최소 10% 이상 상환을 요구해 ‘가위에 눌린 듯’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최근 경기 악화로 사업도 안돼 가족들 생계조차 지탱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현재 대출금 상환은 불가능하다. 김 씨는 대출상환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이제 그의 선택은 사형선고를 기다리듯이 은행의 최종 처분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2. 회사원 최 모(51) 씨는 3년 전에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회사가 급격히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 대상자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자신이 회사를 그만두면 당장 대학과 고교에 다니는 아이들 뒷바라지와 생계는 어떻게 이어갈지 막막하다. 조그만 사업을 해보고 싶지만 벌어놓은 돈도 없고 퇴직금으로는 빚을 갚기에도 부족해 담배 연기에 한숨을 실어보내며 속만 태우고 있다.

#3. 자영업자 강 모(48) 씨는 자신을 ‘금융전과자’라고 소개한다. 그는 몇 년 전 개인사업 실패로 신용불량자가 됐지만 형제들의 도움으로 작은 가게를 운영하면서 다시 어려움을 극복하고 열심히 생활해왔다. 빚도 어느 정도 갚았고 이제는 정상적인 금융거래도 할 수 있어 신용도 많이 회복됐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1년 동안 갑자기 불어닥친 경제한파로 장사가 안돼 다시 궁지에 몰렸다. 그는 은행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다. 몇 년 전 신용불량 기록이 그대로 남아 있어 대출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열심히 살아온 대가가 이것밖에 안되느냐”고 탄식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최근 불어닥친 경제한파로 피해를 입고 있는 서민들이고, 금전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돌파구가 없다는 점이다. 이들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서서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최근 경제한파로 사회 전반이 힘든 상황이고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는 분위기지만, 서민들의 삶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함 그 자체이다.

대전지역 거리 곳곳의 상점에는 손님이 없어 썰렁한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고 현관에 붙은 ‘임대 또는 매매’ 문구가 작금의 경제상황을 반영해주고 있다.

대전 서구 한 편의점 업주는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하루평균 매출이 100만 원 이상은 됐는 데 요즘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며 “납품업체는 매일 물건 값을 독촉하고 가게 임대료와 인건비도 2개월째 밀리는 등 더 이상 나빠질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이제는 포기상태”라고 말했다.

또 일선 학교교사들에 따르면 학비가 없어 대학생은 물론 심지어 고교생까지 학업을 포기하고 돈벌이에 나서는가 하면, 초·중학교에서는 급식비와 현장체험학습비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속출하는 등 부모들의 비참한 삶이 자녀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

직장인들도 대부분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상여금은커녕 올해 임금도 동결되고 각종 수당 지급도 끊겨 최대한 지출을 줄이는 등 궁핍한 삶 그 자체이다.

정부에서 새해들어 국민 생활안정 차원에서 세금감면, 금리인하 등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벼랑 끝에 몰린 서민들에게는 먼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금융관계, 취업, 구조조정 등으로 벼랑 끝에 서 있는 서민들을 구할 수 있는 정부의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정부가 중상류층 정책보다는 절박한 서민들의 생활안정대책에 깊은 관심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유효상 기자 yreporter@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